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동행노조 조합원 3500여 명이 모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DX’라고 적힌 관 모양의 구조물을 앞세워 거리 행진을 벌였다. 현장에는 ‘같은 회사, 같은 권리’, ‘DX 차별 멈춰라’, ‘관리 회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등장했다.
노조는 지난 5월 임금 협상 과정에서 DX 부문이 소외됐고,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의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커졌다고 주장했다.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과 2026년 임금협약 백지화, 실질적인 재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지붕 두 회사”…추가 보상에 선 그은 회사
집회를 앞둔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에서 노태문 DX부문장 주관으로 경영 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회사는 DX와 DS가 2009년부터 인사·재무·회계를 분리해 사실상 ‘한 지붕 두 회사’처럼 운영됐으며, 부문 간 성과급 재원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반도체 불황기에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DS 부문에 지원한 자금도 이자를 더해 돌려받았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사실상 DX 부문에 대한 추가 보상은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DX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이 보상 격차에 따른 박탈감에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기존 원칙만 반복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지난 5월 임금 협상 후폭풍…분리 교섭 주장으로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노조 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승호 위원장이 이끄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전날 동행 노조에 공문을 보내 2027년 임금 교섭에서는 공동 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노조 간 갈등은 지난 5월 임금 협상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노조는 공동 교섭단을 꾸렸지만, DS 부문 특별 경영 성과급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DX 부문의 반발이 커졌다. 동행노조는 DX 부문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동 교섭단에서 이탈한 뒤 임금협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DS 부문 조합원이 다수인 초기업노조는 이 같은 갈등을 이유로 내년에는 공동 교섭단을 꾸리지 않고,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DS 부문의 처우 개선을 중심으로 요구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DX와 DS의 경영 실적과 근로 조건이 다르다고 공식 설명한 점도 부문별 분리 교섭을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에 DX 부문을 별도의 교섭 단위로 분리해 달라고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성과급 격차에서 시작된 갈등이 DS와 DX가 각각 회사와 협상하자는 움직임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다만 분리 교섭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 분리 교섭을 위해서는 두 부문의 근로조건과 고용 형태, 기존 교섭 관행 등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