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FPV 드론 막으려 생활도로까지 방어 그물 설치
1184㎞ 덮은 방어망… 연말까지 4000㎞ 추가 계획 파란 하늘 아래 흰 그물이 크게 던져졌다. 높은 작업대에 선 군인이 두 팔을 벌려 그물을 펼치고 있는 모습. 어망을 손질하것처럼 보이지만 바다가 아니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 제1221독립지원대대 장병들이 도로 위 안티드론 그물을 복구하는 장면이다. 러시아군의 FPV 드론이 차량과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어망이다.
최근 러시아군의 KAB 유도항공폭탄 여러 발이 슬로뱐스크의 한 시설을 타격하면서 기존 그물이 대거 파손됐다. 장병들은 두루마리처럼 말린 새 그물을 가져와 도로 위에 다시 펼쳤다. 폭격에 찢긴 그물을 다시 잇는 작업이 우크라이나 전선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안티드론 그물은 우크라이나 전선 인접 지역의 도로를 따라 지속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주요 물류도로 1184㎞ 이상에 방어망이 설치됐다. 지난 2월에는 올해 말까지 도로 4000㎞에 방어망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그물은 드론이 비행 중에 걸리게 해 목표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무선 전파 대신 광섬유 케이블로 조종돼 전파방해가 통하지 않는 FPV 드론이 확산되면서 이런 물리적 방어망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물의 설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전선에 머물지 않고 주민들이 오가는 생활도로에도 그물이 설치됐다.
지난 20일 자포리자주의 한 도로에서는 그물이 실제로 드론을 붙잡은 장면도 포착됐다. 도로 위 방어망에 걸린 검은 물체는 러시아군의 FPV 드론이다.
지난달 25일 하르키우주 이지움 외곽. 그물 아래 작은 좌판을 펼친 한 여성이 직접 만든 병조림을 줄지어 놓았다. 폐허와 폭격의 참상을 담은 사진이 연일 외신망을 채우는 사이, 전쟁 속에서도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의 낯선 일상도 함께 들어왔다. 첨단 요격체계와는 거리가 먼 얇은 그물이 이제 우크라이나의 전선과 생활공간을 지키는 보루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