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회사채 발행 러시
AI 투자 지출·우호적 발행 환경
단기적으론 코스피 랠리 호재
중장기적으론 변동성 키울 리스크

미국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달러화 표시 회사채로 200억달러를 조달했다. 당초 예상했던 15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차입 규모가 4000억달러(약 58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흐름이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빅테크의 AI 관련 자본 지출은 전년 대비 약 74% 증가한 660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금액 기준으로는 약 2800억달러가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여건도 우호적이다. 강현기 D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 회사채 시장은 투자등급은 물론 투기등급까지 크레딧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며 “자본을 조달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환경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증시에 단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와 장비 수요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코스피 구조상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계할 요소도 있다. 강 애널리스트는 이를 ‘음성 피드백’ 구조로 설명했다. 호황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는 “설비 투자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자동화가 진전되며 고용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며 “소비 둔화는 다시 크레딧 스프레드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회사채 발행과 투자 둔화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인프라 투자 확대가 구리와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며 물가 부담을 키우는 점도 변수다. AI 인플레이션이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하고 유동성 환경을 훼손할 경우,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강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종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변동성 확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반영해 2026년 상반기 코스피 밴드를 기존 4500~5500포인트에서 4300~5700포인트로 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