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담배와 같이 피우면 심혈관 질환 36%↑

1억명 이상.
세계보건기구(WHO)가 2025년 보고서에서 집계한 전자담배 이용자 수다.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궐련 흡연율은 감소세에 있으나 전자담배 이용자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담배 회사들은 “일반담배보다 해로운 성분이 90%나 적다”며 전자담배가 ‘안전한 대안’인 것처럼 광고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몸이 받는 타격이 방식만 바뀌었을 뿐 여전하다”며 ‘덜 해로운 담배’는 없다고 강조한다. 조유선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전자담배에 대한 오해와 의학적 진실’ 자료를 발표하고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꼬집었다.
전자담배에 대한 오해 중 하나.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하얀 기체를 단순한 수증기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니코틴, 중금속, 발암물질이 혼합된 에어로졸(aerosol)로, 인체에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는 활성 물질이다. 겉으로는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인체에 유해한 입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연초(담뱃잎을 직접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전통적인 궐련담배)와 다르지 않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유해 성분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는 흡연자들도 적잖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측정된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에서는 연초에는 없던 80여종 이상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확인됐다. 또한 가열 코일에서 용출되는 미세 금속 입자는 폐포 깊숙이 침투해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즉, 특정 성분의 수치가 낮다고 해서 신체가 받는 전체 독성 부담이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다.” 조유선 교수의 진단이다.
‘전자담배는 연기가 없으니 심장과 폐에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전자담배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담배 관련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53배 높았다. 특히 과거 흡연력이 있는 전자담배 사용자의 경우 심근경색 위험은 2.52배, 뇌졸중 위험은 1.73배까지 상승했다. 니코틴이 혈압과 심박수를 증가시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뿐 아니라 에어로졸 속 미세 입자가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저하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담배를 줄이기 위해 전자담배를 일반담배와 같이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80%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임상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흡연 형태로 꼽힌다. 두 제품을 병행할 경우 체내 독성 물질에 대한 노출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심혈관 질환 위험이 36%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조유선 교수는 “연초와 전자담배를 번갈아 사용하는 이중 사용이 오히려 건강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어떤 담배가 덜 해로운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니코틴으로부터 벗어나는 완전한 금연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승욱 기자 noh.seungwook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7호·설합본호(2026.02.11~0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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