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면집에도 등장한 ‘패스트트랙’
놀이공원에서나 보던 ‘패스트트랙’이 일본 골목 식당으로 내려왔다. 줄 서는 시간도 이제는 돈으로 사는 시대다. 일정 금액을 내면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가 라면집, 카페, 디저트 가게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해외 관광객이 급증한 일본에선 인기 식당 앞에서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줄을 서는 풍경이 일상이다. 관광객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차라리 조금 더 내고 빨리 먹겠다”는 수요가 생기자 식당들이 움직였다.
대기 줄이는 값 1인당 1000엔 안팎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선 이를 ‘타이파(타임 퍼포먼스)’ 소비라고 부른다. 시간 대비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일본인 사이에서도 패스트트랙은 낯설지 않은 선택지가 됐다. 가격은 대체로 1인당 500~1000엔 수준이다.
부드러운 팬케이크 식감으로 인기를 끄는 플리퍼스(FLIPPER‘S) 시부야점은 1인당 1000엔의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부야점 평균 대기 시간은 1시간이 기본이다.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이용하면 2주 전부터 원하는 시간에 예약할 수 있다. 이곳에서 1인당 평균 이용 금액은 음료를 포함해 2300엔 정도인데, 여기에 1000엔을 더 추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 예약을 하고 나면 취소도 안 된다. 24시간 이내에 취소할 경우 예약금보다 많은 1인당 2000엔 취소 수수료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업체 측은 “여름철에는 밖에서 오래 기다리다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료라도 예약하겠다는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유명 라면 체인 이치란도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주력 메뉴인 돈코츠 라면 가격은 1080엔이지만, 빠른 입장을 위한 패스는 500엔이다. 음식값과 별도로 ‘줄값’을 내는 구조다. 대신 최대 1시간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수요·공급에 따라 패스트트랙 요금을 조정하는 곳도 나왔다. ‘스이스이(SuiSui)’라는 플랫폼은 혼잡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회원 가입 후 500~1000엔을 내면 인기 식당에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 도쿄의 유명 츠케멘 체인 츠지타도 이 시스템을 이용한다. 최근 누적 이용자가 3만명을 넘었다.
이런 패스트트랙 서비스는 맛집을 찾는 관광객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짧은 일정의 여행객에게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다면 이 정도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패스트트랙을 과도기적 서비스로 본다. 항공권이나 호텔처럼 음식 가격도 시간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엔 라면 가격이 1000엔에서 1500엔으로 오르고, 한산할 땐 내리는 구조다. 지금의 패스트트랙 요금과 큰 차이가 없다.
닛케이는 “유료 패스트트랙은 식당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며 “관광객이 급증하는 일본에선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이제 ‘맛집’보다 ‘줄 없는 맛집’을 찾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7호·설합본호(2026.02.11~0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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