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유죄기는 하지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상대적 고령인 점과 계엄 당시 직접적인 폭력 행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무기 징역을 선고했다. 1심이기는 하지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무기 징역 선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들 수 있는 점은,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점을 사법부가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물론 12·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6년 1월 21일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 23년 형을 구형했을 당시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형태의 내란은 ‘친위 쿠데타’라고 불린다”고 규정한 바 있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 역시 12·3 비상계엄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 즉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로서의 무기 징역 선고는, 전 세계인의 ‘민주주의를 향한 상식’에 입각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정치학자들의 모임인 세계정치학회(IPSA)의 역대 집행부 중 일부는 계엄을 막은 ‘대한민국 국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퇴보 현상이 목도되고 있는 현재, 민주주의 가치 회복을 고민하는 전 세계 정치학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보여준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안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이 지닌 의미를,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전 세계인의 ‘상식적 염원’에 호응하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무기 징역 선고에 대해 불만을 갖지만, 만일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더라면, 그는 이른바 ‘이념을 위한 순교자’로 자신을 포장했을 수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이념을 위한 순교자’로 포장할 것이라는 점은, 재판 과정에서 보인 그의 행동을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12·3 비상계엄은 대통령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며 ‘메시지 계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자신을 방어하는 한편, 자신의 부하들, 즉 장관들이나 장군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물론 방어권은 마땅히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자신을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사람이 책임을 부하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윤 전 대통령은 1월 5일 재판에서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최소한의 정무 감각이라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었으면, 오히려 대통령한테 외교관계가 어쩌니 민생이 어쩌니 얘기할 게 아니라 ‘대통령님 이거 계엄 선포해봐야 하루이틀이면 저 사람들이 달려들어갖고 계엄 해제할 텐데 그러면 대통령님만 우세(유세) 떠는 게 되고 좀 챙피(창피)스러울 수 있고, 오히려 야당한테 역공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얘기를 사실은 나도 기대하고 그럴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런 얘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는데,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책임 전가 행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백미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바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윤 전 대통령은 1월 13일 결심 공판에서 “나도 참 순진하게 생각했다.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 합니까?”라고 언급했는데, 자신은 약삭빠르지도 못하고 정략적이지도 못해 친위 쿠데타를 감행할 역량을 가지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옥중 메시지에서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법정에서는 부하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자신은 ‘바보’라 자칭한 것이다. 상황이 그만큼 다급했던 것이다. 이른바 ‘윤 어게인’을 외치는 이들이 믿는 것처럼 윤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확신범’이었다면, 이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하들을 버리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 역시 문제기는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 선고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얼마 전 채널A에 출연한 장동혁 대표의 발언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장 대표는 “현재는 절연보다 중요한 건 전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즉,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보다는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인데,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프레임 전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자신들의 과오, 예컨대 윤 전 대통령과 제때 절연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러한 철저한 반성과 과거와의 절연을 기반으로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됐을 때는 프레임 전환이 가능하지만, 과거를 얼버무리면서 프레임 전환만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렇듯 장동혁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확실하게 선언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니, 국민의힘이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우려가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힘의 현재 처지가 얼마나 열악한지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TK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2%로 동률을 기록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민주당과 동률을 기록할 정도라면, 굳이 전국 지지율을 별도로 언급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친한계에 대한 징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 대표는 윤리위가 독립 기관이기 때문에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이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친한계는 주지하다시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가장 먼저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제명과 당원권 정지 같은 징계를 남발하고 절연도 못하고 있으니, 지지율이 이 지경에 이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내란 관련 재판을 담당한 재판부들이 한결같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이상, 이제 장동혁 대표의 과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여당의 ‘내란 정당 프레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8호(2026.02.25~03.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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