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부동산 대책 효과 ‘글쎄’
공급 늘리지만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절실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안으로 주택 보유자 셈법이 복잡해졌다. 앞으로는 주택 보유기간보다 실거주 여부가 세 부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세제만 손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뒤늦게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규제를 더 풀어야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형별 절세 전략은
매도 시기·거주기간·가격 따져야
세제 개편 이후에는 같은 주택도 거주 여부와 매도 시점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진다. 물론 무조건 실거주하거나 서둘러 집을 파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집값과 양도차익, 기존 거주기간에 따라 세금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어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변화가 예정된 만큼 연도별 세 부담을 각각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➊ 비거주 1주택자
이번 개편에서 체감 변화가 가장 큰 유형은 비거주 1주택자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양도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0년 전 7억8000만원에 매입한 주택을 25억원에 처분한다고 가정했을 때, 거주기간이 2년에 그친 경우 현행 기준으로는 약 1억7500만원의 양도세를 낸다. 하지만 보유기간 공제가 사라지면 세액은 3억641만원으로 75% 가까이 불어난다. 같은 조건에서 5년 거주했을 땐 현행 1억7500만원에서 2억724만원으로 비교적 상승폭이 작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비거주 상태라면 실거주 기간을 확보하는 게 양도세 절감에 유리하다”며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집을 비워둔 채 주민등록만 이전하는 이른바 ‘위장전입’을 절세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 위원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거주 사실을 부인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 세법상 위험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➋ 초고가 1주택자
초고가 1주택자의 경우 향후 몇 년간 낼 종부세와 현재 매도할 때 발생하는 양도세, 새 주택 취득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우선 따져야 할 조건은 거주 여부다. 초고가 주택은 종부세 과세표준이 큰 만큼 거주 여부에 따른 보유세 차액도 클 수 있다. 공시가격 34억9100만원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에 실거주하면 내년 보유세가 2764만원 수준이다. 다만 전월세를 주고 다른 곳에 거주하면 보유세는 3318만원으로 554만원 늘어난다. 올해 보유세 1810만원과 비교하면 실거주는 52.7%, 비거주는 83.3% 증가한다는 의미다.
양도세도 고려해야 한다.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되고, 공제한도가 신설된다. 공제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이다. 따라서 거주기간을 더 확보하더라도 공제액 한도에 도달하면 추가 거주에 따른 절세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이미 수십년을 보유·거주해 양도차익이 누적된 집이라면 ‘갈아타기’도 검토할 만하다. 취득세·중개비 등 각종 비용은 발생하지만 향후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에 따른 양도세 증가분이 더 클 경우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양도세를 절감하기 위해 교환 거래를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교환 거래는 재산권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주고받는 거래다. 시세가 비슷한 주택끼리 맞바꾸면 새로 과세 대상 주택의 취득가액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후 이 주택을 팔 때는 새로 취득한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차익이 줄고, 그만큼 낮은 세율 구간을 적용받는다. 물론 교환 거래할 때도 양도세,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대출 규제로 거래가 위축돼 매도가 어려운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➌ 다주택자
다주택자는 연도별 보유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처분 시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0억원대인 주택을 각각 거주·보유한 2주택자는 기본공제가 현행 9억원에서 약 6억506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세 부담 상한을 적용하지 않은 종부세는 올해 340만원에서 2027년 829만원, 2028년 1014만원으로 3배가량 늘어난다. 세 부담이 매년 커지는 만큼 처분 계획이 확실한 주택은 양도차익과 향후 가격 전망 등을 따져 매도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처분 순서도 중요하다. 실거주 가능성이 높은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양도차익이 작은 주택, 향후 가격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주택 세금을 비교할 수 있다.
뒤늦게 공급 대책 내놓았지만…
서울 집값 안정 효과 미미할 듯
이번 세제 개편이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이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수도권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포함한 신규 택지 10만가구 등 23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공급 대책 발표부터 착공까지 시차를 단축하는 ‘속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신규 택지로는 서울 강서지구(1000가구), 경기 남양주 도심지구(2만1700가구), 경기 광주역세권2지구(4500가구) 등 약 2만7000가구가 우선 발표됐다. 정부는 나머지 7만3000가구 이상 규모의 추가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 택지는 부지 조성부터 착공까지 소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대폭 단축해 공급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기존 공급 방안 이행에도 속도를 낸다. 앞서 올 초 1·29 대책에서 주택 공급 대상지로 발표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경기 과천 경마장·옛 국군방첩사령부 등 총 6만가구 이상의 도심 공급 부지는 인허가 절차 병행, 부지 조성 신속 추진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도심 내 신속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중심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취득세 감면, 이주비 대출 등 세제·금융 특례로 지원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지원도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대로 확대하는 등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금융 여건을 조성한다.
다만 이번 공급 대책이 뚜렷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신규 택지 조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활용에 반대하는 점도 변수다.
PF 자금 조달 역시 마찬가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주택 공급이 부진한 원인은 분양 등 사업성 우려로 PF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정부 지원으로 일부 도움이 되더라도 전반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정비사업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수도권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각종 거래 규제가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며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거래 정상화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고밀 개발을 추진하되 건폐율은 낮추고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 보완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예외 인정 요건을 폭넓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몇 년 뒤 입주하기 위해 미리 집을 산 경우처럼 투기 목적과 거리가 먼 보유자도 많기 때문이다. 세제 개편 직후 세 부담이 급격히 늘 수 있는 만큼 일정 기간 경과 조치를 두거나 예외 인정 기간을 넓히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보유세 강화와 토지거래허가제·대출 규제 간 충돌도 풀어야 한다. 세금을 높여 매도를 유도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매수 문턱을 높이면 매물이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 서진형 교수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 재고주택이 시장에서 원활히 유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이채원 기자 lee.chaew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3호(2026.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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