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거센 압박에 세입자 발 동동…
강남 3구 조이자 한강벨트 ‘풍선효과’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주택 시장 셈법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여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취지지만,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에 막혀 정작 급매를 살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이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은 전월세 매물을 줄인다. 과거 정부 약속을 믿은 상생임대인과 등록임대사업자도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남권 주택 수요가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일대로 옮겨가는 ‘덜 똘똘한 한 채’ 풍선효과 가능성까지 커진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시장에서 드러낼 다섯 가지 맹점을 짚어봤다.
➊ 비거주 1주택도 ‘실거주 압박’매물 나와도 현금부자만 살 수 있어이번 세제 개편안이 가장 직접적으로 겨냥한 대상은 ‘집주인이 살지 않는 한 채’다. 지금까지는 1주택자라는 사실 자체가 세제상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같은 한 채라도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종합부동산세는 거주용 1주택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1주택은 9억원으로 낮춘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보다 거주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바뀐다. 정부가 발표한 시뮬레이션을 봐도 차이는 뚜렷하다. 시가 30억원 주택의 2028년 보유세는 실거주 1주택자가 10년 보유한 경우 558만4000원인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07만1000원으로 뛴다. 시가 50억원 주택은 실거주 1879만4000원, 비거주 2871만5000원으로 격차가 더 커진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거주 조건이 세법에 들어오면 비거주 1주택자의 절세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매물로 나올 확률 자체는 커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나온 매물을 누가 사느냐다. 시가 5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세 부담이 크게 늘어도 대출 규제 탓에 살 수 있는 수요층이 제한적이다. 매물이 시장에 나와도 일반 무주택자가 접근하기는 어렵다.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나 기존 주택을 처분한 갈아타기 수요만 주된 매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제가 매도 유인을 높여도 주택 접근 기회를 넓히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는 세 부담 증가로 단기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대출 규제로 매수층이 얇아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➋ 토허제 예외 또 손질하는 정부
은퇴 고령층은 ‘현금 절벽’ 우려
세제 개편안은 고가·비거주 주택 보유자에게 매도를 압박하지만 기존 부동산 규제는 거래의 문턱을 높인다. 대표적인 충돌 지점이 토지거래허가제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원칙적으로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은 매수자가 곧바로 입주할 수 없어 거래가 어렵다. 정부는 토허제 실거주 의무 예외를 다시 넓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규제의 원칙을 세운 뒤 부작용이 생길 때마다 예외를 덧붙이는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시장 참여자는 세제뿐 아니라 토허제 예외 대상과 기간, 대출 가능액, 임대차 만기까지 한꺼번에 계산해야 한다. 규칙이 자주 바뀌면 매도자는 지금 팔기보다 다음 완화책을 기다리고, 매수자도 추가 조정을 기대하며 결정을 미루기 쉽다. 정책이 거래를 촉진하기보다 관망을 길게 만드는 역설이다.
특히 민감한 대상은 소득이 줄어든 은퇴 고령층이다. 초고가 주택 한 채를 오래 보유했더라도 현금흐름이 부족하면 늘어난 보유세가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납부유예 요건을 일부 완화하고, 수도권에서 5년 이상 거주한 65세 이상 1주택자가 집을 처분한 뒤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일정 기간 양도세를 감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생활 기반을 옮기는 일은 세금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자녀와 의료·생활 인프라 등 기존 생활권을 떠나는 비용이 세금보다 클 수 있어서다. 윤지해 랩장은 “수도권에 터전이 있는 사람이 세금 혜택 때문에 기존 주택을 팔고 지방으로 옮기는 사례가 대규모로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고령층의 실제 생활 여건을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➌ 임대료 묶었더니 혜택도 묶였다
상생임대인 ‘정책 뒤집기’ 논란
상생임대인 제도를 두고서도 반발이 거세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1주택자가 종전 계약 대비 5%만 인상하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맺으면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의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임대료 급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집주인의 자발적 협조를 유도한 장치였다.
기존에는 요건을 충족한 상생임대차 계약이 한 차례 있으면 이후 매도 시점과 관계없이 거주 요건 특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상생임대 특례를 연말 일몰과 동시에 종료하고, 해당 주택을 2027년 말까지 팔아야 2년 거주 요건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5% 이내로 올린 상생임대 계약을 마치고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이상 인상했다면, 이 역시 상생임대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아 2027년 말까지 매도해야 거주 요건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약속의 조건을 사후에 바꿨다”는 반발이 잇따른다. 이미 상생임대 요건을 채운 뒤 올해 새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계약 만료가 2028년 이후로 잡힌 임대인은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서둘러 집을 팔거나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토허구역이라면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까지 얽혀 처분은 더 어려워진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권유한 제도를 믿고 임대료를 묶은 상생임대인 입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으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기존 계약자에게는 종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책 신뢰를 유지하는 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➍ 실거주 압박에 전세 더 마른다
세금 청구서는 결국 세입자에게
세제 개편안이 주택 소유자보다 세입자에게 더 큰 후폭풍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출 규제와 토허제가 겹치며 갭투자를 통한 전세 공급이 줄었고,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도 강해졌다. 여기에 비거주 1주택자와 임대사업자 세금 부담까지 높아지면 전월세 매물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세제개편안 발표 전인 8월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8834건으로 연초 4만4424건보다 12.6% 줄었다. 특히 전세 부족은 월세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임대차 시장에서 선택지가 줄수록 집주인이 올린 가격을 세입자가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진다.
집주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세 부담을 견디며 임대를 유지하거나, 직접 입주하거나, 집을 파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세입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임대를 유지하면 늘어난 보유세 일부가 임대료에 반영될 수 있고, 집주인이 실거주하거나 매수자가 입주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집을 찾아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어도 집주인의 실제 거주가 인정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 월세 호가를 올리는 모습이 나타난다. 성동구 옥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300만원 정도였던 매물을 400만원에 내놨는데도 문의가 여러 건 들어왔다”며 “월세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서둘러 집을 찾는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공급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빌라와 다세대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려 전월세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지금까지 공급 대책은 중장기 처방이 많았다”며 “단기적으로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려 아파트 임대 시장에 몰린 수요를 분산해야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➎ 강남 누르자 한강벨트 들썩
‘덜 똘똘한 한 채’로 수요 이동
마지막 맹점은 세금이 주택 수요를 없애기보다 가격대와 지역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세제 개편안의 핵심 축 중 하나는 초고가 주택 세 부담 강화다. 종부세를 주택 수보다 가액 중심으로 바꾸고 과세표준이 높은 구간의 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에도 한도를 신설해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 주택은 오래 보유하고 실제 거주해도 과거만큼 공제받기 어려워진다.
이런 가격대별 세 부담 차이는 새로운 절세 수요를 만들 수 있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분석에 따르면, 시세 약 50억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 아파트를 단독명의 1주택자가 거주하는 경우 2027년 예상 보유세는 약 2764만원이다. 시세 약 25억원인 서울 마포 아파트의 같은 조건 보유세는 약 520만원으로 차이가 크다.
자산가가 주택 투자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금이 높은 강남 초고가 주택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20억~30억원대 중상급지로 이동할 유인이 생긴다. 대표적인 후보 지역이 이른바 한강벨트로 불리는 마포·용산·성동·광진구 일대나 경기 판교·분당 등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보다 집값이 저렴하면서 직주근접과 한강 접근성, 신축·정비사업 기대를 갖춰 상급지 대체재 성격이 강하다.
다만 풍선효과는 한강벨트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강벨트 주요 단지 가격이 오르면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다시 서울 외곽이나 소형 아파트로 이동한다. 대출 규제도 이런 흐름을 부추길 수 있다. 가격이 낮은 주택일수록 필요한 자기자본이 적고 대출 활용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세제로 상단을 눌렀는데 서울 주택가격 전체가 내려가기보다 가격 상승의 중심축만 옮겨갈 수 있는 셈이다.
신보연 교수는 “세제 개편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 중상급지뿐 아니라 20억원 이하,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수도권 아파트의 매수 요인이 커질 수 있다”며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가격 상승 압력이 서울 외곽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남우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3호(2026.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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