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오 클래시스 대표

“뒤돌아보지 않고 저의 미래를 클래시스에 베팅했습니다.”
33년간 몸담은 삼성그룹을 떠나 미용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 지휘봉을 잡은 윤준오 신임 대표(59)의 출사표다. 1967년생인 윤 대표는 지난 7월 15일 클래시스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출발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부사장을 거친 정통 삼성맨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9조원 규모 하만 인수 후 통합(PMI)에 깊숙이 관여한 글로벌 인수합병(M&A)·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그룹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클래시스에 합류하는 결정을 두고 주변 만류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윤 대표 마음을 움직인 건 클래시스가 가진 성장 잠재력과 확장성이다. 윤 대표는 “글로벌 에스테틱 시장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플랫폼이 결합하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했다”며 “삼성그룹 경영진 일원으로 체득한 DNA를 바탕으로 또 하나의 글로벌 초일류 신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미용의료기기 전문 기업 클래시스는 피부과에서 사용되는 고강도 집속초음파(HIFU) 장비 ‘슈링크 유니버스’와 고주파(RF) 장비 ‘볼뉴머’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2024년 이루다를 품으며 마이크로니들 RF와 레이저 장비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브라질 유통사 메드시스템즈를 인수하며 현지 직판 체제도 갖췄다. 대표 제품 슈링크를 기반으로 지난 연말에는 홈뷰티 시장까지 뛰어들었다.
성장은 숫자로 증명된다. 지난해 매출은 3368억원, 영업이익은 170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9%씩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1%에 달한다.
다만 몸집이 커진 만큼 성장통도 나타난다. 브라질 직판 전환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늘었고, 국내 신제품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글로벌 시장 안착과 지위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클래시스가 글로벌 M&A와 전략 실행 경험을 갖춘 윤 대표를 적임자로 선택한 배경이다.
하만 인수·PMI 주도
2030년 매출 10억달러 도전
윤 대표는 33년간 삼성그룹에 몸담은 원클럽맨이다. 1993년 삼성전자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마케팅·기획과 미국 댈러스연구소 운영총괄 등을 거쳤다. 이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과 삼성전자 DX부문에서 기술·시장·사업 전략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았다. 엔지니어로 출발해 M&A와 글로벌 전략 전문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하만 인수와 PMI다. 삼성전자가 2017년 약 9조원을 들여 글로벌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전장사업팀장과 하만협력팀장 등을 맡아 PMI와 이사회 운영을 주도했다. 인수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두 글로벌 조직을 ‘원팀’으로 묶어 시너지를 내는 작업을 담당했다.
이후에도 글로벌 톱3 전장 업체인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 인수, B&W·데논·마란츠 등 글로벌 오디오 브랜드 인수를 주도했다.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 전략 수립과 레인보우로보틱스 전략적 투자·인수 옵션 협상, 데이터센터 공조 사업 확대를 위한 플랙트그룹 인수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참여했다.
윤 대표가 삼성에서 체득한 경영 원칙은 기술·시너지·속도 등 세 가지다.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된 기술이 성장 기회를 만들고 사업 간 시너지가 확장을 가능케 하며, 실행 속도가 생존을 좌우한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 법인과 인수 기업이 최근 늘어난 클래시스에 그대로 적용할 만한 경험이다.
윤 대표가 그리는 클래시스 청사진은 명확하다. 첫째는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빅마켓 확장이다. 단순히 수출 물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지 파트너십과 톱티어 유통망을 구축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M&A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둘째는 AI·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다. 윤 대표는 “앞으로 에스테틱 시장은 기기 성능을 넘어 데이터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개인별 최적화 경험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클래시스 장비를 실시간 연결해 최적의 맞춤형 가치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환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목표도 구체적이다. 2030년 매출 10억달러, 영업이익률 50%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과 AI 기반 디지털 전환, 글로벌 수준의 시스템 경영 정착을 3대 이정표로 세웠다. 윤 대표는 “클래시스가 다져온 성공의 초석 위에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전략을 재정의할 것”이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위를 굳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거대 영토 확장과 디지털·AI 플랫폼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경쟁의 장에서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PMI·내수 부진 숙제
中 볼뉴머 인허가 획득 추진
윤 대표 앞에 놓인 숙제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글로벌 확장을 실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최근 클래시스를 바라보는 증권가 눈높이는 다소 낮아졌다. 8월 12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추정한 클래시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평균 2107억원이다. 지난 4월 2343억원에서 10%가량 내려간 수치다. 7월에만 다올투자·삼성·상상인·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DB·NH투자증권 등이 일제히 클래시스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브라질 법인 실적 회복이 꼽힌다. 클래시스는 유통사 메드시스템즈 인수 후 직접 판매 체제로 전환했지만, 초기 PMI와 비용 부담으로 기대했던 수익성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국내 성장 둔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실적 성장을 이끈 레이저 장비 ‘리팟’의 높은 기저를 신제품 ‘쿼드세이’가 아직 충분히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다만 기대할 부분은 충분하다. 올해는 미국·유럽·중국 3대 시장 공략이 동시에 진행되는 첫해다. 미국에서는 볼뉴머에 이어 쿼드세이 출하가 이뤄졌고, 유럽에서는 슈링크와 볼뉴머가 확산 중이다. 중국에서는 하반기 볼뉴머 인허가 획득을 추진한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장비 매출이 전년 대비 49%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비 보급이 늘어날수록 향후 반복적인 소모품 매출 기반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결국 클래시스의 글로벌 선도 기업 도약 여부는 윤 대표가 어떤 리더십과 경영 전략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윤 대표는 삼성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이끌었던 만큼, 글로벌 사업을 확장 중인 클래시스에 적합한 인물로 생각된다”며 “윤 대표 선임을 계기로 브라질과 중국 등 글로벌 확장 전략 실현이 가속화되길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3호(2026.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