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혁신 신약 기술 수출만 155조원

중국 바이오 굴기가 거세지고 있다. 7월 12일(현지 시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혁신 신약 기술 수출 건수는 총 81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거래금액은 총 1100억달러(약 155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술 수출 거래금액의 80%에 이르는 규모다. 종양·대사·면역·신경 질환 등 10개 치료 분야에 걸친 신약 기술은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20개 국가·지역 기업이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신약 개발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임상시험 건수는 처음으로 5000건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혁신 신약 임상시험은 2997건으로 전체의 57.5%를 차지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컨설팅 기업 글로벌데이터는 “최근 중국의 바이오테크 성공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의료 혁신을 넘어 의약품 공급망 회복력, 경제 경쟁력,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에서는 중국 바이오 기업 아케소바이오파마가 개발한 폐암 치료제 ‘이보네시맙’이 메인 발표 중 하나로 선정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최대 암 학회 전면에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해 개발·임상시험한 항암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외신은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세계 무대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중국이 신약 개발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 제약·바이오로 확장되나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인 이보네시맙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중국 환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기존 표준 치료군보다 사망 위험이 3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재 이보네시맙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승인 여부는 오는 11월 결정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고활성 원료의약품(API), 펩타이드, 저분자 화합물 등 전문 분야에서 첨단 제조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의 급성장에 미국의 견제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의약품 공급망을 둘러싼 논의는 희토류 의존에 대한 기존 우려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8월 초 미국 의회는 제약 산업에 대한 외국 영향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중국산 의약품과 의료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첫 단계라는 분석이 많다. 이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미국 5개 주요 제약회사를 상대로 신장 지역과 중국 인민해방군 병원에서 중국군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는 임상시험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 6월 중국 의약품 위탁 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인 우시앱텍을 중국 군사기업 명단인 ‘1260H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로써 우시앱텍은 바이오시큐어법에 따라 향후 미국 정부 계약 수주에 영향을 받게 된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이 우리 먹거리를 먹어 치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장관의 참모인 크리스 클롬프도 “지금 중국은 미국과 혁신과 바이오기술을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중국 신약을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우수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song.kwangsub@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3호(2026.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