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 24일부터 본회의 심사·의결을 앞두고 있다. 행안위 심사 과정을 거치며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등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3개의 특별법안의 주요 조항 내용은 거의 동일한 상태로 수정됐다. 경제과학국방 중심도시 조성(충남·대전), 인공지능·에너지·반도체 등 글로벌 미래 첨단산업과 농어업의 조화로운 발전(전남·광주), 행정규제 혁신을 통한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대구·경북)이란 지역별 통합 목적 아래 부수적 특례에 차이는 있으나, 핵심인 재정과 권한 이양에 관한 내용은 거의 빠진 형태로 3개 특별법의 조사·어미까지 맞춰져 있다.
통합 대상 3곳의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이지만, 지방분권 관점에서 지금 통합특별법안의 ‘미흡함’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재정·권항 이양 등 핵심 빠진 통합특별법안행정통합의 목적인 수도권 초집중 완화와 지역발전을 현실화하려면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재정·권한 이양은 필수 요건이다. 앞서 이재명 정부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을 약 7대 3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세에서 지방교부세 비율은 19.24%다. 지자체 3대 재원은 지방세·국고보조금과 지방교부세로,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걷은 법인세·부가가치세·양도소득세 등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자체 배분하는 것으로 세수가 부족한 지자체 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설정한 “올해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이란 마감 기한은 지방분권에 필요한 핵심 논의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가 공언한 ‘해마다 5조원씩, 4년간 20조원 지원’ 약속은 특별법안의 부족함을 땜질하는 ‘미봉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통합하지 않으면 나중엔 불가능하다’며 올해 통합특별시 출범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과 관련해 “(전남·광주에 통합을 권유하면서) 지방 재정지원을 (국세 대비) 65 대 35 정도에 해당하는 만큼을 배정해보겠다”며 “(지방재정 분권 확대는) 장기 목표인데, 통합하면 (재정지원을) 미리 해준다는 차원”이라며 조세제도까지 손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단 속내를 드러냈다.
실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구·경북과 충남·대전 법안 초안에 들어가 있던 국세(법인세·부가가치세) 일부의 통합특별시 이양 특례 조항은 행안위 심사 과정에서 모두 삭제됐다. 현재 법안(54조 국가의 행정·재정지원)에는 “국가는 통합특별시의 성공적인 정착·운영을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만 들어가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특별법안에 지방 자치권 확대 내용이 부족한 것은 맞지만, 미흡하더라도 통합이라는 큰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며 “국세와 지방세 배분 비율은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정교한 분리 작업을 하고, 자치권 확대도 정밀하게 다뤄야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원위 통한 ‘단계적 지방분권’ 실제 가능할까정부 입장에선 60조원의 재원을 3개 통합특별시에 지원해야 할 상황에 놓였지만, 지금 특별법안대로면 그 돈 역시 지방정부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위를 통과한 3개 특별법안에는 중앙부처 권한인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내용이 없고, 정부지원금 활용에 있어 지자체 자율성 부분도 담겨 있지 않다.
대규모 사업에 대해 ‘견제 장치’ 없이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특례를 놓고 ‘제왕적 특별시장과 지역 난개발’을 낳는다는 우려가 컸으나, 인구가 적은 지방으로선 경제성 문턱을 넘기 힘든 현행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로는 특별시 통합·자치분권에 필요한 재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존재했다. 민주당 역시 특별법안에 예비타당성 규제 완화 등 여지를 두려 애썼지만, 중앙부처의 불수용으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행안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지난 9일 통합특별법안 공청회에서 “정부는 법안의 특례 중 상당수를 불수용한다고 통보했다. 행정통합을 2개 이름 합치자고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고, 같은 날 김태흠 충남지사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권한도 이관해야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열어갈 힘을 갖출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정·권한 이양 등 핵심 쟁점 내용이 특별법안에서 빠지면서 행정통합 심의 기구인 ‘통합특별시지원위’의 기능은 비대해졌다. 특별법안을 보면, 지역별로 중앙행정기관장과 특별시장·시교육감,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5년 기한의 ‘통합특별시지원위’를 두고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데, 3개 지원위 모두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실무위원장은 국무조정실장이 맡는다. 지원위는 △기본계획 수립·시행과 발전방안 △행정·재정 자주권 제고와 행정·재정적 지원·우대 방안 △규제자유화 추진 사항 △중앙행정기관 권한의 단계적 이양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 이관 △교육자치 활성화 △특별시장·교육감과 중앙행정기관장의 협의·조정 등 통합특별시의 주요 사안을 심의하게 된다. 중앙에서 통합특별시로의 단계적 권한 이양도 지원위에서 계획한다. 통합 관련 중요 사안을 국무총리가 수장인 지원위에서 심의해 중앙부처에 통보하면, 부처 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법안대로면 지방분권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행정통합이 되레 중앙집권주의를 강화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당사자인 지역민의 의사가 충분히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못한 채 졸속으로 행정통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행정통합은 지역의 자치 근간만 흔들고 지방분권을 되레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병기 대전대 교수는 “통합특별법안으로 청와대의 5극 3특을 실행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으나, 결과적으로 그것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지금 체계대로면 결국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중앙정부의 통제권은 훨씬 강력해지고, 지역 안에서의 민주주의 기반은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