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뛰지만 “민생 부담 고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지만,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으로 커진 민생 부담을 고려해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21일 9차 석유 최고가격을 8차와 같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최고가격은 22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급등이나 수급 불안 때 정부가 일정 기간 정유사의 주유소·대리점 공급가격 상한을 정하는 제도다. 지난 3월13일 처음 시행됐고, 3월27일 적용된 2차 최고가격부터 6차까지는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유지됐다. 정부는 6월27일 시행된 7차 최고가격을 정하면서 세 유종 모두 리터당 150원씩 낮췄고, 8차에 이어 이번 9차 최고가격도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번 동결 결정에는 다시 커진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체결됐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의 60일 기한이 만료된 뒤에도 양국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다시 상승했다. 이달 초 종전 기대감으로 배럴당 70달러대까지 내려갔던 국제유가는 중동전쟁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며 20일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3.8달러까지 올랐다. 두바이유는 95.6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87.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오름세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8월 첫째 주 배럴당 105달러에서 20일 114달러로 올랐고, 국제 경유 가격은 같은 기간 148달러에서 164달러로 상승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국제유가와 국제제품가격 수준이 지난 8차 최고가격 결정 당시와 비슷하다고 봤다. 여기에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서민 물가 부담이 커진 점을 함께 고려해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국내유가는 7차 최고가격이 시행된 6월27일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일 기준 리터당 휘발유 1862원, 경유 1845원을 기록했다.
산업부는 “중동 정세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겠다”며 “중동 정세, 석유 수급, 물가 및 민생 부담, 수요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제를 기민하고 유연하게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