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지위 회복… 일단 경쟁력 ↑
정부 예의주시… 日·대만도 관망
트럼프 눈치… 대미투자 계획대로
美대통령 국정연설·TPA 등 주목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대해 결국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세계 무역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든 글로벌 관세 전쟁이 사실상 ‘리셋’됐다. 각 국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더 커진 가변적 상황에 바짝 긴장한 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일단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만큼 ‘FTA 국가’란 지위를 일부 되찾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약속한 대미 투자를 물릴 수도 없다.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눈치를 봐야한다. 여전히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 후 곧바로 ‘글로벌 관세’ 카드를 꺼냈다. 그는 관세를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특히 올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훨씬 강력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 수출 산업은 한층 더 커진 불확실성 의 늪을 헤쳐나가야 할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의 15% 글로벌 관세(무역법 122조 관세) 조치에 대해 “‘최혜국대우(MFN) 관세와 122조 관세(15%)’ 구조로 전환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가 FTA 체결국임에도 미체결국인 일본·유럽연합(EU) 등 경합국과 동일한 관세(MFN·상호관세 합산)를 적용했다”면서 “우리는 FTA에 따른 MFN 관세 면제 효과만큼의 가격경쟁력 우위를 일부 회복할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예의 주시 중”이라는 말 외에 ‘뽀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통상정책은 국가 차원의 이슈인 만큼, 기업이 정부에 앞서 당장의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거나 계획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한화 등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우리 통상 당국은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서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리와 통상 환경이 비슷한 일본과 대만이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대미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먼저 나서는 것이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대미 투자에 변함이 없고, 해당 투자가 일본의 경제 성장과 경제 안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대만 역시 추이를 보면서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우리도 비슷하다. 통상 주무 부처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미 관세 합의 이행과 관련해 그간 긴밀히 진행해 온 우호적 협의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일단 대미 투자(3500억달러)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그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10% 글로벌 관세부과’를 선언했다가 하룻만에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달 내 합법적인 새로운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판결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만큼,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 센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협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면을 구겼지만, 미국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다양한 카드를 구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전망했다.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232조 조치도 대통령 포고문·부속서 조정만으로 대상 품목 확대, 관세율 인상 등 조정이 가능하다. 백악관은 주요국과의 협상에 따라 이른 시일 내 반도체와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조치 확대·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무협은 “주요국 반응, 국내 정치 여건 등에 따라 관세정책이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상시 모니터링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주요국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국은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보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후 행보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북미무역협정(USMCA)을 체결한 멕시코와 캐나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특정 부문별 관세가 여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 무역 관계에 미칠 영향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통상부 장관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를 직접 언급하면서 관세 철폐를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안으로 서명한 글로벌 관세는 오는 7월 24일까지 150일간 부과된다. 만약 의회가 법률로 연장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150일 초과는 불가능하지만, 의회 연장이 어려울 경우 행정부가 재포고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무협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과 내달 중 발간될 통상정책의제(TPA),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빈틈없는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이번 판결의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지만 상황 반전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강경조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관세 조치 유지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 조사 개시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통령의 무역규제·관세 권한을 강조하는 움직임도 있어 추가 조치 가능성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