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관세’로 대법 판결 우회
글로벌 관세, 15% 150일 부과
정부, 한미무역합의 유지 확인
규정따라 복잡, 불확실성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전 세계에 새로 부과하겠다고 한 ‘글로벌 관세’를 하루 만인 21일(현지시간)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의 근거가 됐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으나, 관세 정책 후퇴는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향후 부과 형식만 바뀔 뿐 고관세 기조라는 본질은 유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 세계 관세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역법 122조 규정에 따라 국제수지 위기 대응 시 최장 150일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한도 세율을 끝까지 밀어붙인 조치다. 또 수개월 내 상호관세를 대체할 “법적으로 허용되는 안정적 관세 제도”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이 근거 법령으로 제시되고 있다.
15% 글로벌 관세는 미국 동부시각 24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간 24일 오후 2시1분)부터 부과된다. 당초 15% 상호관세 대상이었던 한국은 이번 판결로 관세 족쇄가 풀리는 듯했으나, 하루 만에 동일 세율의 글로벌 관세가 적용되면서 실질적인 상황은 달라진 게 없게 됐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 외에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전방위로 검토하면서, 기존 자동차(15%), 철강 및 알루미늄(50%) 외에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등으로 품목별 고관세가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결국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트럼프발 관세 파고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납부한 관세 환급 문제 역시 불투명하다. 대법원은 상호관세를 무효화하면서도 환급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 치열한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이라며 환급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환급 소송에 따른 장기 비용 부담과 한미 관계 악화 가능성이라는 복합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정부는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 내각이 참여하는 긴급 당정청 관세·통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의 파장과 미 행정부의 동향을 점검하고, 지난해 합의한 3500억달러(약 507조원)의 대미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체 관세 권한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무역합의 기조를 유지하며 미 상무부와 우호적 협의를 지속하는 한편, 23일 민관 합동 회의를 열어 수출기업의 대응 전략과 관세 환급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트럼프 관세가 피할 수 없는 ‘상수’인 상황에서 부과 근거가 무역법 122조에서 232조, 301조 등으로 수시로 전환·병행될 가능성이 있어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세율뿐 아니라 적용 방식과 대상 품목까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와 기업의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이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