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사옥 앞서 ‘故 DX’ 등 문구 걸고 가두행진
3000여명 집결 추산…강남역 일대 교통마비
‘DS 성과급 반대’ 주주연대 맞손…내부도 비판지난 2022 5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는 매일 같이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 복직 투쟁위원회(해복투)’가 주도하는 시위로, 인근 상점은 물론 어린이집 아이들이 따라 부른다는 민원이 지역 온라인 카페에도 올라왔다. 직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시달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가전·TV 등 세트(완제품)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조동행(이하 동행노조)는 이날 영정사진을 들고 오후 4~5시쯤 강남역 일대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노조는 이날 3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영전 사진처럼 꾸민 판넬에는 ‘고(故) DX’, ‘추모, 고 삼성전자 DX 부문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일부는 사람 얼굴 대신 TV, 세탁기 이미지를 넣었다. 주변 시민들은 이를 보고 인상은 찌푸리기도 했다.
노조는 가두행진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삼성전자를 진짜로 병들게 한 것은 노조가 아니다”라며 “사측과 특정 노조가 일방적으로 반도체 사업부와 체결한 임금교섭 등 소통이 없는 경영진이 우리 삼성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 여파로 강남대로 일대 주요 1~2개 차로가 전면 통제되면서 조기 퇴근길에 나선 차량들이 뒤엉켜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동행노조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중심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사측과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한 내용의 노사 합의를 맺자,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1인당 1000주의 자사주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동행노조는 이날 입장문에서 “우리가 서초까지 온 이유는 단순히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DX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기 위해 왔다”며 “인공지능 전환(AX)이라며 인력 효율화를 얘기한다. 비용이 문제라며 재료비를 줄이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투자를 줄이고, 이제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람까지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동행노조는 이날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와 사측이 DS 부문과 맺은 특별경영성과급 무효를 주장하면서 연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노사간 임금협상이 타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뒷북 투쟁’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이번 집회가 합법적인 파업 요건(쟁의권)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나온다. 동행노조는 회사 제도인 ‘디데이’(D-day)와 연차를 집단적으로 동시 사용해 근무 시간 중 우회 파업을 벌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법상 적법한 쟁의행위를 하려면 노사간 교섭 결렬 선언,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조합원 찬반투표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노조 내부에서도 공감대를 사지 못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들로 구성된 단체 메신저에는 동행노조가 주주연대와 손잡은 것에 대해 ‘DS도 못 받게 하겠다는 것이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직원은 “저 손잡은 행동은, 제가 뭐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DX인으로서 죄송하다. 오늘 집회는 최악”이라고 글을 올렸고, 다른 직원은 “DX도 더 달라고 하는 것은 이해되는데, 주주연대와 손잡고 DS도 받지마 하는 것은 집행부 의도가”라고 꼬집었다. 또 “동행의 오늘 행태는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저 행동은 이해 안되고 항의할 것이다. 지금 집행부는 제대로 된 집행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동행노조는 소통방 공지에서 “노동자가 받아야 할 성과나 보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합의안이 체결된 과정과 그 결과는 동행노조 입장에서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연대와의 공동성명이나, 향후 함께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민할 것이다.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님을 잘 아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