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아파트의 잔금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뜨겁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집단대출을 한도 관리에서 제외하면서 은행권이 모처럼 빗장을 풀고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전날까지 은행당 1000억원 수준이었던 디에이치 방배의 잔금대출 한도를 하루 만에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은행별 확보 금액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4000억원의 한도를 배정하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뒤이어 하나은행이 3500억원을 편성했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도 각각 3000억원씩 대출 한도를 증액했다. 우리은행 역시 2000억원의 한도를 열어뒀다.
이에 당초 50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5대 은행의 전체 잔금대출 한도는 단 하루 만에 1조5500억원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향후 고객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한도 증액 가능성도 열려있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금리 인하’ 각축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5대 은행 모두 연 4.6%대 수준으로 금리 단가를 낮췄다. 우대 조건에 따라서는 4.5%대 중반까지 금리가 내려간다.
구체적으로 신한, 국민, 농협, 우리 등 4개 은행은 모두 최저 연 4.68%의 동일한 대출 금리를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연 4.74%(금융채 6개월물+1.4%포인트(p)) 조건에 더해 이날부터 연 4.68%(신규 코픽스+1.5%p)의 선택지를 새롭게 추가하며 사실상 대출 금리를 0.06%p 낮췄다. 농협은행 역시 발 빠르게 가산금리를 종전 1.6%p에서 1.5%p로 인하해 연 4.68%로 금리를 맞췄다. 앞서 가산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연 4.68%와 동일한 수준이다.
가장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내건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기본 금리는 연 4.766% 혹은 연 5.400% 선이지만 다자녀 가구 감면 등 특정 우대 조건(최대 -0.2%p)을 충족하는 실수요자의 경우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최저 연 4.566%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은행권의 영업 경쟁은 금융당국의 대출 정책 기조 변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하고 이주비, 중도금, 잔금대출 등을 옥죄던 총량 규제에서 덜어내면서 은행들이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시장 분위기도 대출 한도와 금리를 저울질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급반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다퉈 집단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 문턱을 낮추면서 최근 보기 드물었던 대출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디에이치 방배와 같은 강남권 대단지에 입주하는 차주는 담보 가치가 확실하고 소득 수준도 안정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이번 잔금대출 시장이 우량 대출 자산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