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까지 회생계획 판가름…골든타임 내 존재가치 증명 과제
“주민 생활 공간 지키는 일”…정치권·노동단체 등 장보기 캠페인홈플러스 매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입점·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기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영업 재개는 회생의 출발점이지만, 동시에 청산을 막아내고 기업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21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충북 청주오창점의 문이 열리자 우산을 쓰고 기다리던 노부부가 가장 먼저 건물에 들어섰다. 안내 직원은 환한 미소로 첫 손님을 맞았다.
신선식품 코너에는 아침 일찍 도착한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채워졌고, 수산·축산 매대의 조명 아래로 선홍빛 고기와 싱싱한 수산물이 진열됐다. 언제 영업 중단이 있었냐는 듯 평범한 마트의 풍경이 연출됐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4일 회생법원이 MBK 측의 회생계획안을 폐지 결정한 뒤, 7월 13일 전국 67개 점포가 휴점에 들어갔다.
이후 노동조합이 청와대 앞 투쟁을 비롯한 대응에 나섰고, 채권단이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허용하면서 다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8월 7일 가오픈에 이어 13일 정식으로 매장 운영이 재개됐다. 돌아온 홈플러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컸다. 재개장 이후 매출은 영업 중단 전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객 발길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정상화까지는 큰 고비를 넘어야 한다.
법원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9월 4일로 예정돼 있다. 그 전까지 홈플러스가 영업을 지속할 수 있고, 고객들이 다시 찾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과 홈플러스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 마트산업노동조합 등은 21일 홈플러스 청주오창점에서 ‘우리 동네 홈플러스 우리가 살려요’ 기자회견과 장보기 캠페인을 했다.
송재봉 충북도당위원장은 “홈플러스 위기는 노동자나 협력 업체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경영자와 사모펀드가 만들었다”며 “홈플러스를 살리자는 것은 경영자를 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협력 업체를 살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창 주민들에게 홈플러스는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공간”이라며 “노동자와 지역 주민 삶의 공간을 지키는 길에 지속적인 관심과 이용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안건수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8월 13일 (홈플러스) 매장 문이 다시 열리고,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은 평범한 일상처럼 보였지만, 그 일상이 돌아오기까지 노동자들이 감당한 고통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홈플러스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주재현 서비스연맹 대전세종충청본부장은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많은 직원과 협력·입점 업체 관계자들이 생존권과 삶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며 “9월 4일까지 시민들이 홈플러스에서 장을 봐 달라”고 호소했다.
천안 홈플러스 매장에서 일하던 그는 기업회생 과정에서 매장이 문을 닫아 지금은 세종점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날 장보기 캠페인은 단순한 소비 활동을 넘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협력 업체의 생존, 지역 유통망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 의미로 진행됐다.
대형마트 존립에 진보성향 정당과 노동단체들이 팔을 걷은 이유는 홈플러스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하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납품 업체, 매장 노동자가 연결되는 지역경제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이날 캠페인 문구 속 ‘우리 동네’라는 표현은 이같은 홈플러스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MBK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 위원인 이강일 국회의원(충북 청주상당)은 “많은 분들이 왜 대기업을 도와주느냐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데, 이미 홈플러스는 대기업의 손을 떠났고 회생을 하더라도 대기업에 배를 불리는 그러한 형태로 진행되지 않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그들의 손이 아니라 국민들과 시민의 손으로 바통이 넘어왔으니 홈플러스를 살리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는 일을 시민 손으로 이뤄줘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남은 일을 더 열심히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가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청산의 문턱에 서게 될지는 결론이 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 판단은 소비자인 시민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