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발표 이틀 만에 삼성도 역대 최대 환원책
방식·규모·환원 기준에 시장은 SK에 높은 점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양사가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양사 경영진이 상대방의 주주환원 규모와 방식, 발표 시점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먼저 카드를 꺼낸 곳은 SK하이닉스다. 지난 19일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이틀 만인 21일 올해 남은 주주환원 재원이 90조~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우선 3분기에 약 30조원을 현금배당한다고 발표했다.
절대적인 환원 규모는 삼성전자가 크다. 하지만 당장 확정한 환원 방식과 규모, 앞으로의 환원 기준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더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지급할 30조원은 지난해 연간 현금배당 약 11조1000억원의 2.7배에 달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분기 정규배당 약 2조4500억원을 제외하면 특별배당이 약 27조5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반영한 올해 예상 주당배당금(DPS)은 약 5570원이다.
규모는 크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오후 5시9분 주주환원 계획을 공시한 직후 주가는 약 1분 만에 3~4% 급락했다. 오후 5시4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7% 내린 26만9000원에 거래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 발표 이후 강세를 보였다. 19일 150만원이었던 주가는 20일 12.73% 급등한 169만1000원으로 올라섰고, 21일에도 2.31% 오른 173만원에 마감했다. 이틀간 15.3% 상승했다.
차이는 크게 세 가지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를 사서 모두 없애는 방식을 택했고 삼성전자는 우선 현금배당을 선택했다. 당장 확정된 규모도 SK하이닉스가 40조원으로 삼성전자의 30조원보다 크다.
앞으로 주주에게 돌려줄 돈의 기준도 다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였던 주주환원 기준을 '50% 이상'으로 높였다. 삼성전자는 FCF의 50%라는 기존 기준을 유지했다.
외신도 SK하이닉스의 변화에 주목했다. 로이터 Breakingviews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FCF 환원 상한을 없앤 점을 짚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에도 현금 활용과 주주환원 확대 압력이 커질 것으로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FCF 계산 방식도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3년간 FCF를 계산할 때 메모리 장기공급계약(LTA) 선수금과 임직원 성과급 주식보상에 들어간 돈을 빼기로 했다. 쉽게 말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쓰는 돈이 많아질수록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현금도 줄어들 수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새로운 성과보상 체계에 따라 영업이익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DS부문이 연간 4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약 4조2000억원 규모다.
다만 이번 발표로 양사의 주주환원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은 환원 재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다음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대 회사의 주주환원 규모와 방식, 발표 시점을 상당히 민감하게 살펴보고 있다. 메모리 호황으로 현금창출력이 크게 높아진 만큼 한 회사의 환원책이 다른 회사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0조원을 배당하고 남는 60~80조원의 환원 방식과 규모를 내년 1월 결정한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추가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누가 더 많이 돌려주느냐'에서 '앞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돌려줄 수 있느냐'​로 옮겨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으로 잘했는데 이번 주주환원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주주환원은 2027년부터가 본게임인데 아직 모호한 부분이 많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