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유독 세계적인 스타들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역사적인 다관왕에 오른 선수부터 대기록 눈앞에서 쓰러진 선수까지, 올림픽 영웅들의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단연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요한네스 클레보(노르웨이)다. 클레보는 개인전, 단체전 모든 종목을 최초로 석권해 무려 6관왕에 오르며 동계올림픽 단일 대회 사상 최다 금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8년 평창 대회부터 총 3번의 올림픽에서 11개 금메달을 목에 건 클레보는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클레보는 마지막 경기인 매스스타트를 마치고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여전히 즐겁고 언제나 메달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점프의 신’으로 불리는 일리야 말리닌(미국)은 단체전에서 50년간 금단의 기술이었던 백플립을 성공시켜 첫 올림픽 무대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미국에 단체전 금메달을 안기더니 개인전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역시 쿼드러플 점프에 백플립까지 성공, 1위로 출발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2번이나 넘어지고 잇단 점프 실패로 최종 8위로 주저앉았다. 외신들은 “올림픽 피겨 역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평가했다. 말리닌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연기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내 인생의 모든 트라우마 경험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클레보, 전 종목 석권…최다 금 기록
피겨 말리닌, 단체선 금·개인전 8위
‘스키 스타’ 구아이링, 마지막날 ‘금’
스노보드 클로이 김도 ‘3연패 무산’
‘스키 황제’ 본, 활강 중 사고로 부상

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구아이링(중국)은 동계 선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며 논란이 많은 스타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구아이링은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 중국 국적으로 나서 활약, 광고료 등으로 떼돈을 벌고 미국에서 생활하다 다시 올림픽에는 중국 국적으로 나서 그 정체성에 대해 비판도 많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관왕이 되리라 기대받았지만 빅에어와 슬로프스타일에서 모두 은메달에 머물렀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평가하는) 이번 대회 성적은 은메달 2개를 딴 것인가, 금메달 2개를 놓친 것인가’라는 질문도 받았지만 구아이링은 “나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여성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라고 당당하게 응수했다. 그리고 22일 마지막 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 우승, 기어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빅에어와 하프파이프 금메달, 슬로프스타일 은메달을 땄던 구아이링은 여성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을 6개로 늘렸다.

클로이 김(미국)의 스노보드 최초 올림픽 3연패 도전은 이번 대회 최대 관전 포인트였다. 지난달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지만 여자 하프파이프 출전을 단행했고 예선 1위로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으나 결선에서 최가온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재미교포인 클로이 김은 자신을 우상으로 따르던 최가온과 돈독한 관계다. 최가온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자신의 은메달이 얼마나 값진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은 41세4개월로 최고령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에 도전했다. 하지만 여자 알파인 스키 활강에서 13초 만에 넘어졌다. 왼쪽 다리 골절로 이미 4번 수술받았고 추가 수술도 받아야 한다. 본은 숱한 부상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불사조’다. 이번 대회 직전 십자인대가 파열됐는데도 보호대를 차고 도전했다가 완주하지 못했다. 그래도 본은 “다시 한번 산꼭대기에 서는 순간을 고대한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