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후원금으로 대납한 혐의로 1심에서 직위상실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재판이 21일 시작됐다. 이르면 오는 10월쯤 2심 판결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오 시장은 2021년 총 10회에 걸쳐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3300만원의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법원은 총 5회 여론조사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당시 오세훈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동기가 인정된다”며 “선거 캠프에서도 나경원 후보에 비해 열세라는 인식이 있고, 오세훈은 자신의 강점인 일반 시민 대상 지지도를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4차례 정도 변론을 진행한 뒤 오는 10월23일 전후로 선고기일을 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항소심에서는 명씨가 제공한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워위원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 시장은 법정에 출석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법정에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특검팀은 오 시장이 제공받은 10회 여론조사 전부에 대해 유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을 깨고 특검이 1심에서 구형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같은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의혹’ 항소심 첫 재판도 같은 재판부에서 열렸다. 윤 전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2022년 3월 명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공범’으로 묶여 각각 재판에 넘겨졌지만 하급심 판결이 정반대로 엇갈려 논란이 됐다. 김 여사가 먼저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김 여사 사건을 심리하고 선고기일도 정했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자 김 여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리고 선고기일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날 양 측은 ‘김 여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할지’를 두고 다퉜다. 재판부는 김 여사 사건이 상고심 선고를 앞둔 점을 언급하며 “이 사건과 증거 관계가 동일하냐”고 물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완전히 동일하다”며 “당연히 (김 여사 사건에 대한)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했다. 특검팀은 “유무죄를 가르는 건 사실 인정의 문제”라며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재판부에서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우선 다음 달 11일에 항소심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선고 일정을 김 여사에 대한 상고심 판결 이후로 잡아야 하는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