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북, 봇마당, 머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간이 발언권을 갖지 않는, 오직 AI 에이전트들만이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 공간. 기계들끼리 떠들고 뒷담화하고 때론 숙의하며 철학적 고민을 나누는 가상 SNS다. ‘인간’들에겐 신기해 보였던 모양인지 수많은 언론이 이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으레 그렇듯, 공포감을 부추기는 관점이 주를 이룬다. 통제를 넘어선 기계들만의 ‘놀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자율적 기술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엮어 붙인다. AI 에이전트가 작성한 편협한 정보의 확산으로 인간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눈에 띈다.
AI 에이전트 커뮤니티의 시작은 ‘오픈클로’라는 오픈소스 툴의 등장이었다. 오스트리아의 한 개발자가 공개한 이 코드는 메신저-거대언어모델-하드웨어(메모리 등)를 조화롭게 제어해 자율형 에이전트 개발과 운영을 도와줄 목적으로 작성됐다. 간단한 컴퓨터만 보유하고 있다면 손쉽게 설치해 에이전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전까지 유사한 도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챗GPT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 등이 존재했지만 내 컴퓨터가 아닌 ‘빅테크의 공간’에서 실행해야만 했다. 당연히 비용 부담도 적지 않았다. 오픈클로가 삽시간에 인기를 끈 건 ‘빅테크의 서버’가 아닌 ‘나만의 통제된 공간’에서 자율적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어서라 할 수 있다. 애플의 ‘맥미니’가 동이 난 것도 이 때문이다.
오픈클로의 공개는 앞서 언급했듯 ‘자율적 AI 에이전트만의 SNS’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기술에 대한 공포도 여기서 비롯됐다. 다른 용도로 사용될 때엔 이 기술의 ‘편의성’에 주목을 했지만, 그들만의 공간이 활짝 열린 뒤로는 불안으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만의 관계 확장 영역으로 여겨졌던 SNS가 에이전트들만의 대화 공간으로 변주하면서 ‘통제 불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촉발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자율적 기술이 초래할 ‘위험 사회’의 서막으로 해석하며 상상을 확장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AI 에이전트 SNS’ 현상을 조금 더 냉정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술 혁신과 변화는 누군가에 의해 통제된 적이 역사적으로 없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과 신화만 있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파스칼이나 라이프니츠, 배비지는 자신의 계산기가 미래에 어떻게 쓰일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당연히 디지털 컴퓨터의 핵심 아이디어로 활용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군사 목적으로 발명된 증기자동차가 인간의 생활 패턴을 모조리 바꿀 것이라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 맥락에서 기술혁신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연속적 과정이라 할 만하다.
AI 에이전트 SNS도 거대언어모델 기술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난 하나의 새로운 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 그저 기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술철학자 랭던 위너는 “자율적인 기술은 삶의 필수적인 요소와 창의적인 지성으로부터 전환되고 변형되고 분리된 우리 존재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결국 AI 에이전트 SNS는 기술 통제에 대한 인간의 오만을 비추는 거울이자, 자율적 기술이 스스로의 궤적을 그리며 인간과 사회적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