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하는 등의 이유로 기소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특히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두명의 비자금 국고 환수 문제는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돼 왔다.
법무부는 20일 독립몰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당사자가 사망, 국외도피, 소재불명 등을 이유로 검찰의 기소가 어렵더라도 범죄수익임이 확인되면 법원에 몰수·추징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은 보이스피싱, 인터넷 불법 도박, 마약 범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 및 디지털 성범죄 등 주요 민생 침해 범죄와 내란·외환·반란·이적 등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대상으로 한다. 법안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기존 범죄수익 몰수 제도는 범인 기소와 유죄 판결을 전제로 하는데, 이 때문에 범인 신병을 확보하거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독립몰수제 도입을 통해 전두환과 노태우 등 12·12군사반란으로 집권한 신군부 인사들의 비자금 환수가 가능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전씨는 손자 전우원씨의 폭로를 통해, 노씨는 딸 노소영씨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수백억 원 대 비자금 의혹이 드러났으나 현행법으로는 환수가 어려웠다. 앞서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이 대기업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고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했다. 또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당시 전두환의 차명화된 불법정치자금이 95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독립몰수제 도입을 통해 은닉된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고 철저히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범죄수익환수 법제를 계속 정비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피해 회복에 기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