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권 환수(전환)를 놓고 돌발변수가 생겼다. ‘을지 자유의 방패(UFS)’ 한·미 연합연습의 축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염두에 두고 UFS 한·미 연합연습의 축소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지난 8월 17일부터 시작한 연습 일정을 21일로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애초 훈련 기간은 27일까지였는데, 연습 기간이 반 토막 난 셈이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올해 전작권 환수의 3단계 중 2단계인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전작권 환수는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평가와 인증을 거쳐야 한다. FOC 검증은 UFS와 같은 한·미 연합연습에서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UFS에서 FOC 검증을 한 후 전작권 환수의 예상 연도를 올해 중에 도출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이후 올가을 열리는 SCM에서 FOC 검증 결과를 통한 전작권 환수 시기를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임기 말인 2030년 6월까지 전작권 환수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연합연습 딜레마
한·미는 매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인 ‘자유의 방패(FS)’를 상반기에,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하반기에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들과 연계한 대규모 야외 기동 훈련도 이뤄진다. 한·미 연합연습을 통한 전작권 환수를 위한 검증작업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남북관계 영향 등으로 4~5년 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사실 진보 정부는 남북대화 여건의 조성을 위해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한·미 연합연습을 축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내심이었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 작업과 일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한·미 합의에 따라 한·미 연합연습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전작권 환수 일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여 있다. 남북대화와 한·미 연합연습은 이해관계가 다른 상충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연습의 규모와 일정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에 따라 축소될 수 있다. 한·미 연합연습의 축소 조치가 이번 UFS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향후 계속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2018년 6월 첫 북·미 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연습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주요 한·미 연합연습과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이 잇달아 축소·중단된 바 있다.
이번 UFS 연습의 축소는 FOC 부실 검증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작업을 정부 계획대로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연습이 축소되더라도 전작권 환수를 위해 꼭 필요한 FOC 검증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19일 “(검증 평가는) 1부 훈련에서 끝내서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미 연합훈련 때부터 북한의 핵 전면전 등에 대비해 마련된 신작전계획에 따라 실시키로 한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전 절차 숙달 방침이 취소되면서 전작권 전환 검증 평가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미 간 동상이몽
현재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가 합의한 전략지시 1호에 따라 한국군 통수권자인 한국 대통령과 미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합의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리면, 이를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구조다.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환수는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돌려받는다는 역사 인식을 전제로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4년 평시 작전권을 돌려받을 때 ‘환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영어로는 ‘withdraw’란 단어를 썼다. 한국어로는 ‘환수’라는 단어가 가장 가까운 의미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군이 전시 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하는 병렬형 전작권을 목표로 2012년 환수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 이 경우 ‘전환’보다는 ‘환수’가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작권을 둘러싼 근본적 상황 변화가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는 ‘시기’가 아닌 ‘조건’을 내걸었다. 한·미의 영문 공식 문서에서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계획(Condition-based OPCON Transition Plan·COTP)’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현재 한·미가 진행 중인 방식은 ‘통합형’으로, 전작권 환수(전환) 후에도 연합사(미래연합사)로 지휘를 단일화하는 방식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 미군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하는 ‘미래 연합사령부’ 방식에 미국 측과 합의했다. 현 연합사를 그대로 둔 채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만 바꾸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이면 ‘환수’라는 단어 대신 지휘구조 ‘전환(transition)’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현재 전작권 환수는 날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이 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한국군이 주도한 이후에도 한·미연합군이 하나의 전력으로 싸울 수 있는가”를 보고 있다. 미국 측으로서는 한국군의 전시 지휘능력, 미군 장병의 생존성, 미군 전력의 보호와 지원 절차를 책임질 수 있느냐를 묻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과 미군의 전략 목표나 전쟁 목표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한국군은 고유의 군사 전략이 없기 때문에 전작권을 환수해 한국군 고유의 전략과 전술을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대비와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 측은 전작권에 대해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보다 연합지휘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는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6·25전쟁 때부터 한국군을 미군 중심 통합 전력의 하위 구조로 활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한국군 구조는 미군과의 통합을 전제로 할 때 전쟁 수행이 가능한 구조로 발전해왔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6월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하면서 한국군이 전작권을 주도하는 데에도 제한을 뒀다. 전작권 전환이 사전에 합의된 한·미 간 계획과 다르게 추진될 경우, 미국의 전쟁부 장관이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동맹과 협의를 마쳤다고 의회에 확인하기 전에는 예산을 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환수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