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이자, 상속세및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이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한진그룹의 특수관계인인 정석인하학원 이사회는 보유 계열사 주식인 대한항공 보통주와 우선주 약 736억원어치를 연말까지 전량 처분하고, 여기에 자체 자금 287억원을 추가로 보태 또 다른 계열사인 한진칼 보통주 77만3676주를 약 1022억80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정석인하학원의 행위는 여러 법률의 규율 대상이다. 우선 법인의 이사는 법인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진다. 이 의무를 위반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의 소지도 있다. 또한 학교법인이 보유한 기본재산의 처분 행위는 사립학교법의 규율과 교육부 장관의 감독하에 있다. 그리고 재벌 계열 공익법인이므로 공정거래법상의 행위 제한 규정과 상증세법상의 규제가 적용된다.
이하에서는 여러 쟁점 중 공정거래법과 상증세법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단순화해 살펴보기로 한다.
의결권을 증가시키려면 ‘이상한 짓’ 해야우선 공정거래법부터 보자. 공정거래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재벌 계열의 공익법인은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는 다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과 합해 총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작년 말 한진칼에 대한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는 20.56%로 15% 한도를 초과하고 있다. 즉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주식 추가 취득은 행사 가능 의결권을 증가시키기 어렵다.
이것을 증가시키려면 ‘이상한 짓’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지분을 백기사에게 넘겨서 의결권이 부활하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영구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백기사에게 진정으로 매각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경영권 분쟁 당시 잠시만 넘겼다가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라면 이것은 공정거래법 제25조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부당하게 회피하려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고, 이 경우 잠재적으로 공정거래법 제36조 제1항의 탈법행위 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 조문이 복잡하기로 정평이 난 상증세법상의 규제를 살펴보자. 우선 재벌계열 공익법인의 국내 계열회사 주식 보유 한도는 상증세법 제16조 제2항 제2호 나목에 따라 (다른 공익법인의 지분율과 합산해) 5%까지다. 물론 대표적으로 예외인 재벌 그룹이 있다. 삼성.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에 대해 삼성문화재단이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18%로 5% 한도를 초과해서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등을 제외할 경우 그 보유 한도는 5%다.
그럼 한진 계열 공익법인의 지분율 합계는 어떻게 될까? 작년 말 현재 보통주 기준으로 정석인하학원이 1.90%, 일우재단이 0.14%, 정석물류학술재단이 1.02%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한진칼에 대한 계열 공익법인의 지분율 합계는 3.06%다. 따라서 5% 한도까지는 약 1.94%의 여유가 있다. 이번 추가 취득으로 인한 정석인하학원의 지분율 순증이 1.17%이므로 추가취득 후에도 5% 한도를 초과하지는 않는다.
다음은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자금의 원천이 적절한가 하는 부분을 살펴보자.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는 출연받은 재산을 매각한 대금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통령령 제38조 제4항은 출연재산을 매각한 대금을 국내 계열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이번 매각의 대상이 된 대한항공 주식이 “출연받은 재산”인가, 아니면 법인 설립 후 출연받은 재산을 이용해 사후에 구입한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 재산”인가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먼저 대한항공 주식이 출연받은 재산이라면 이를 매각한 대금으로 한진칼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 부분은 공개된 자료만 가지고는 쉽게 그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석인하학원은 정석학원과 인하학원이 합병해 탄생했는데 대한항공 주식은 합병 전부터 인하학원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석인하학원이 넘겨받은 대한항공 주식을 “출연받은 재산”으로 봐야 할 것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만일 대한항공 주식이 출연받은 재산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그 매각대금으로 국내 계열사 주식을 사면 안 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따라서 (5% 한도 규제를 준수하는 한) 이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이런 상태라면 국내 계열사 주식을 출연받은 경우 이를 일단 수익용 혹은 수익사업용 재산으로 탈바꿈한 후, 그것을 매각해서 최종 목표인 다른 계열사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각지대 가능성을 봉쇄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글어진 법망의 고리 촘촘하게 좁혀야마지막 쟁점은 한진칼 주식을 사는 데 보탬이 된 자체 자금 287억원의 출처다. 이것이 출연재산 일부를 매각한 대금이라면 이는 위에서 살펴본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 및 관련 대통령령의 규정에 따라 국내 계열사인 한진칼 주식을 사는 데 사용될 수 없다.
만일 287억원이 수익용 재산을 굴려서 얻은 운용소득이라면 어떻게 될까?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3호는 운용소득을 ‘직접 공익목적사업’ 외의 용도에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직접 공익목적사업의 용도로 간주되지 않는다. 따라서 운용소득은 한진칼 취득자금의 재원이 되기 어렵다.
이상에서 정석인하학원이 대한항공 주식을 매각한 후 자체 자금과 합해 한진칼 주식을 보유하는 것과 관련한 공정거래법과 상증세법상 쟁점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최대한 간략하게 논의하려고 했음에도 독자들은 어쩌면 벌써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현기증을 느꼈을지 모른다.
당연하다. 지금 정석인하학원 또는 그 사실상 의사결정지배자가 하려는 행위가 온갖 법률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그 법망의 빈틈을 이리저리 연결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걸 학교법인 이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고? 필자는 전혀 믿을 수 없다. 아마도 매우 유명한 ‘사각지대 전문 법꾸라지’의 도움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와중에 탈법의 가능성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공정거래법과 상증세법의 탈법 가능성이 현저하다. 지금이라도 그 가능성을 살펴서 성글어진 법망의 고리를 촘촘하게 좁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