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퀘어]경기 북부 접경지에서 필수노동으로 서울과 대한민국을 유지시키는 이주노동자들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있어 ‘접경지’라 불리는 경기 북부 지역은 수도 서울을 지키는 1번지다. 분단 이후 냉전 시기에 많은 군부대와 방어시설이 곳곳에 포진해왔다. 하지만 서울을 지키는 것은 군인만은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미 우리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경제적으로 서울을 사수하고 있다.
주변부 접경지는 중심부 서울로 식량과 물자를 공급한다. 동시에 중심부가 기피하는 시설들도 받아들인다. 이렇게 접경지의 이주노동자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여러 도시로 공급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저임금 노동으로 떠받치며 물가를 지키고 있다.
한국인 고용주와 이주노동자는 서로가 필요하다. 단지 이주노동자가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을 낮은 급여로 해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제한된 체류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 고향으로 보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처럼 사업장이 쉬는 날을 제외하고 딱히 휴가도 가지 않는다. 이에 휴일에도 작업을 멈출 수 없거나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일을 마쳐야 하는 고용주는 이주노동자가 필요하고,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하루라도 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직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인 한 세탁업체는 매일 오전 서울의 여러 숙박업소를 돌며 체크아웃이 끝난 객실의 침구류 빨랫감을 수거한다. 이어 다음날까지 세탁과 건조를 마친 뒤 세탁물을 배달한다. 이렇게 수거-세탁-배달을 연중무휴 반복하는 이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분주히 빨랫감을 분류하고 쉴 틈 없이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려야 한다. 이들이 하루라도 일을 멈춘다면 도시의 호텔이나 모텔은 투숙객을 새로 받을 수 없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곳은 공장이나 농장처럼 고정된 사업장뿐만이 아니다. 모내기를 앞둔 민간인통제선 안 논과 수확 시기의 인삼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도살처분 현장처럼 일시적으로 생기는 작업장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한국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며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이제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주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인권 문제도 대두되고 있지만, 이것을 제대로 논의하기 전에 피지컬 에이아이(AI·인공지능)가 등장했다. 휴머노이드로봇이 머지않은 미래에 이들을 대체할 수 있을까? 미국 기업인 일론 머스크의 주장처럼 로봇이 생산비용을 0으로 수렴시켜 인간 사회를 경제적으로 사수하고 누구나 보편적 고소득을 받는 시대가 올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미래 이전에 도시 밖에서 로봇처럼 쉴 틈 없이 일하던 이방인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사진·글 임병식 사진가 *임병식 사진가는 비무장지대와 접경지라는 경계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는 노동자다. 더는 새롭지 않아 눈길이 가지 않지만 여전히 한반도에 강한 영향력으로 작동하는 분단의 시공간을 발굴해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