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들]농한기, 남해·서울·제주 동료들과 화상으로 만나 자연순환·공동체 실천 함께 꿈꿔―인천 계양 편

최근 농생태학과 관련한 움직임이 많이 보인다. 농생태학은 이름처럼 농학과 생태학을 합친 개념인데, 외부 투입재를 최소화하고 자연 원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자연순환과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 철학은 자연농이나 퍼머컬처와 같은 결을 지니고 있다. 지구와 공생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순환적인 삶의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매력에 푹 빠져 오래전에 퍼머컬처 디자이너 코스를 수료했고, 자연농이나 재생농업과 관련한 책도 틈틈이 읽었다. 하지만 배운 것을 내 농사에 적용해보면 늘 의문이 들었다. 이를테면 자연농의 풀 관리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내 밭에는 풀이 부족해 땅 위에 덮어둔 잔사가 금세 사라진다. 동반식물을 심는 것도 좋다고 하니 따라 심지만 사실 그들의 특별한 ‘케미’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내 질문에 답해줄 스승일까? 스승보다는 동료를 찾고 싶었다. 쉽고 가벼운 비법을 서로 주고받으며 키득거릴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주변 친구나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농사 관련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었다. 각자 인천, 서울, 제주, 남해에 살아 화상 채팅으로 격주에 한 번씩 만나 책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가진 질문은 같았다. 모두 좋은 철학과 실천 방식을 제시하지만 옆 나라, 먼 나라 방식이 아니라 우리 땅과 환경을 바탕으로 하는 방식의 토양 돌봄을 찾고 싶다는 것. 그리고 당장 내가 실천하기 좋도록 철학보다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론과 뒷받침되는 근거를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전부터 궁금하게 생각해온 ‘조한규의 자연농업’을 참고해보고 싶었다. 이 책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저자는 2025년 타계했고 책은 훨씬 더 먼저 절판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대학 도서관에는 많이 있다는 것. 손때가 크게 묻지 않고 빛만 바랜 책을 지인이 학교에서 빌려다줬다. 어렵게 책을 얻은 만큼 더더욱 함께 읽고 내용을 나누고 싶었다.
조한규 선생은 평생을 농사지으며 일본에서 세 명의 스승을 찾아 자신의 농법을 정립했다. 산속 부엽토에 주먹밥을 두어 미생물을 채취하고 작물에 줄 막걸리를 직접 담그는 식이다. 양분을 밖에서 사오지 말고 주변 자원을 활용해 유익균을 늘려 땅을 살리자는 철학이다.
솔직히 현대 도시농부가 주먹밥을 들고 산을 헤매긴 쉽지 않다. 우리가 당장 해볼 수 있는 건 땅을 갈지 않기나, 풀을 설탕에 발효시키는 ‘천혜녹즙’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정곡을 찌른 말은 “판단 기준을 ‘0’의 위치에 두고 밭을 바라보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동안 이것저것 ‘배웠다’거나 ‘안다’고 생각하며 따라 한 것이 사실은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각자의 고해성사를 한 뒤 자신의 밭을 다시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의 숙제는 실천 방식을 따라 하는 대신 각자 흙을 ‘흙토람’(국립농업과학원 토양환경정보 포털) 서비스를 이용해 토양검정을 해보자는 것.
그 뒤의 실천은 개인적이기보다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하지만 당장 주변에서 공동체를 만들 수 없으니 이렇게나마 느슨하게 연결되기를 택했다. 사실 다들 대단한 공부보다는 자신의 답답함을 나눌 동료가 필요했던 거다. 각자 소화가 덜 된 책 내용을 떠들다보니 마음이 한껏 부푼다. 빨리 언 땅이 녹아 흙 한 삽 크게 떠서 토양검정을 받아보고 싶다.
글·사진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