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토크]

피해자가 울부짖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 피해 생존자 김진주(필명)씨 이야기다. 진주씨는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얼룩소 펴냄, 2024)를 통해,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형사사법제도에서 피해자가 얼마나 소외되고 고통받는지를 증언했다. 그 뒤로도 진주씨는 계속 싸우고 있다.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을 수사할 수 없게 만든 개정 형사소송법이 그 이유다. 진주씨는 불충분한 경찰 수사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했다. 본인이 부실 수사의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해자 이아무개씨 범행에 성폭력 동기와 정황이 강하게 의심됨에도 최초 발견자의 진술 등 그것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 수집한 증거물의 감정도 이씨의 성폭력 여부가 아니라 범행 후 도주한 이씨의 신원 특정을 위한 것이었다. 경찰이 이씨를 중상해죄로 송치한 사건은 검사 수사 단계에서 법정형이 더 무거운 살인미수로 죄명이 변경됐고, 2심 재판 중에 대검찰청의 정밀 감정을 통해 진주씨가 사건 발생 당시 입은 옷 여러 곳에서 이씨의 디엔에이(DNA)가 검출돼 죄질이 더 나쁜 강간살인미수로 죄명이 바뀌었다.
당시 수사 검사는 경찰이 송부한 기록에 성폭력 정황 증거들이 있음에도 이씨를 중상해죄로 송치한 점 때문에 경찰에 연락해 진주씨 속옷을 찾게 하고 디엔에이 감정 의뢰를 요청했다. 이씨의 구속기간 만료 전에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아 우선 그를 살인미수죄로 기소하면서, 공판 검사에게는 감정 회신이 오면 강간살인미수죄로 공소장을 변경하면 된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 과정이 응축돼 일부 기사에 진주씨 말이 ‘검사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표현됐지만, 진주씨 말의 핵심은 잘못된 초동수사를 바로잡을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사의 수사권 폐지에 앞장선 남성 법조인들은 진주씨 말의 핵심과 이씨의 성범죄 규명을 위한 수사가 기소 전에 있었다는 점은 제쳐두고 ‘맨스플레인’에 나섰다.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합친 단어로, 어느 분야에 대해 여성들은 잘 모를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가진 남성들이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려고 드는 행위를 가리킨다.(‘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미켈라 무르지아 지음, 최정윤 옮김, 비전코리아 펴냄, 2022)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정영훈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각각 이 사건이 법원 심리 과정에서 진상이 밝혀졌다고, 항소심의 재감정은 검사의 보완수사가 아니라고 했다.
김필성 법무법인 가로수 변호사는 이 사건 공판 검사가 한 것은 증거조사라며 “피해자가 분노하는 건 십분 공감합니다만, 법적으로 주장이 틀린 건 짚을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심지어 “피해자라는 사실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행된 내용을 모두 전문가처럼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본인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진주씨의 발언 자격을 따지며 진주씨 말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인신공격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자는 주장은 이처럼 피해자를 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