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효의 주식탐사대] 삼전닉스 주주환원 정책에 투자자들이 촉각 곤두세우는 이유
8월 7일 SK하이닉스는 보통주당 375원 분기 현금 배당결정을공시했다. 이날 주가 기준으로 약 0.02%에 해당하는 배당률이다. 배당 규모 발표 후 “배당을 겨우 그만큼밖에 안 하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시장 반응은 달랐다. 8월 7일 142만 원대였던 주가는 일주일 만인 14일 160만 원을 돌파하며 좋은 흐름을 보였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어떨까. 삼성전자는 7월 30일 주당 374원 분기 배당을 공시했다. 그날 주가 기준으로 약 1~2%에 해당하는 배당률이다. 역시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사탕 1개 값”이라는 식의 조롱이 난무했지만,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7월 30일 20만70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배당 발표 다음 날부터 뛰어올라 곧바로 26만 원을 돌파했다. 배당 규모가 쥐꼬리만 하다는 반응을 보고 주가 하락을 예측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테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쥐꼬리 배당 뒤에 숨은 진짜 기대감
핵심은 분기 배당 규모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삼성전자는 정기 배당으로 연 9조8000억 원을 책정해놓았다. 분기마다 약 2조4500억 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3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쓸 예정이다. 정기배당도 이 안에 포함된다.
관건은 올해 삼성전자의 FCF가 얼마일지다. 3년 누적 FCF가 100조 원이라면 환원액은 50조 원이 될 테고, 여기서 3년간 정기배당금 29조4000억 원을 빼면 약 20조 원이 남는다. 이 20조 원으로 특별배당을 할 수 있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FCF가 얼마가 되느냐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구체적인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올해 3분기 중 확정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이 주가 상승 기폭제가 됐다. 기존에는 연말이나 돼야 나왔던 주주환원 정책 발표가 훨씬 앞당겨진다는 소식에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이런 기대는 8월 19일 일부 현실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40조43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3.3%에 해당하는 약 2407만 주다. 자사주는 8월 20일부터 약 3개월간 장내에서 사들인 뒤 전량 소각한다. 이 소식이 발표되자 SK하이닉스는 이날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5% 넘게 급등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주식시장은 단순히 실적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환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될 때 주가가 오르는 것은 배당 기대감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적이 마구 올라가는데 배당이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그 주식은 살 이유가 없다. 마치 아무리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녀도 내 월급이 오르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다. 많은 대학생이 잘나가는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 회사가 돈을 잘 버니까 월급도 많이 줄 거라고 기대해서다. 회사가 돈을 잘 벌어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면 취업시장에서 인기가 올라가고,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주면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다. 주가를 올리려면 배당을 많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적만큼 중요한 주주 몫
그럼 버는 돈을 무작정 배당에만 쏟아부으면 될까. 이 경우 당장 시장에서 인기는 치솟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술개발이나 설비투자 등에 쓸 돈이 줄어들면서 회사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주주들은 배당을 많이 주는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난다. 결국 회사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주주들을 만족스럽게 할 만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배당 규모를 보고 실망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을 예상했던 투자자라면 시장과 자신의 눈높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이번 배당 발표를 주가 반등 신호로 해석한 투자자도 있을 테다. 똑같은 발표를 보고 누구는 이렇게 생각하고, 누구는 저렇게 생각한다. 보통은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이후 주가 흐름을 통해 어느 쪽의 판단이 시장과 가까웠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시장 반응을 꾸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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