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외교 전문지 기고 “한미 관계에 AI 공급망 협력과 무역마찰 기조가 서로 충돌”“한국 규제당국이 미국과의 무역·기술 협력 관계를 해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유럽연합(EU)에 이은 ‘보복 관세’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무역 전문가가 현지 매체에 한미 통상 갈등에 대한 글을 기고해 이목을 끌고 있다. ‘아시아정책연구소(NBR)’ 비상임연구원이자 컨설팅 기업 ‘크로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무역·기술 부문 이사인 나이절 코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미국 정치권의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사로 꼽힌다. 그가 8월 8일(현지 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에 기고한 글에는 “한국 정부는 자국 정책과 그 집행이 차별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 규제는 미국 테크 기업들에 가장 가혹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한국의 미국 기업 규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로 민감한 현안이다.
“미국 기업, 한국 당국의 오랜 표적” 주장
코리 연구원은 미국에서 불거진 ‘한국 정부의 쿠팡 차별’ 논란과 관련해미국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온 인물이다. 그는 1월 미국 하원의 ‘미국 혁신 및 기술 리더십 유지에 관한 무역소위원회’ 청문회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미국 기업들이 한국 경쟁 당국의 표적이 돼온 오랜 역사가 있다”며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기업들은 ‘한국 경쟁 당국의 지속적인 표적 공격’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미 의회가 쿠팡의 해명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에게 보낸 소환장에서 코리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번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코리 연구원은 “한미 관계에 인공지능(AI) 공급망 협력과 무역마찰이라는 기조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의 파트너십과 상호 의존은 어느 때보다 깊다. 미국, 한국의 기업들은 상대국에 자본과 노하우를 쏟아붓고 있으며, 이는 양국의 AI 및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술 공급망을 공고히 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샌프란시스코 AI 정상회의’에서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엔비디아, 브로드컴과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을 주요 사례로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다른 한편에선 ‘디지털 이슈’를 둘러싼 심각한 무역 마찰이 양국 관계 발전에 필요한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쿠팡을 거론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구글에 최대 5억5000만 달러(약 7800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거액의 과징금이 단지 (쿠팡의) 거대한 시장 지위를 반영할 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만으로는 어떤 사건이 조사 대상이 되는지, 그 사건이 어떻게 대외적으로 공표되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 한국 규제 기관이 조사에 가담해 종종 한국 경쟁사들에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설명하진 못한다. 쿠팡 사례는 이런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10개 이상의 한국 정부 기관이 쿠팡에 대한 조사 수십 건을 개시했다. 6월 11일 개인정보 규제 당국은 쿠팡에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데이터 관련 과징금인 4억900만 달러(약 5800억 원, 실제 과징금은 6246억8100만 원)를 부과했다.”
코리 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이제 자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 조치를 더는 단순한 우연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EU가 구글에 과징금 10억 달러(약 1조4100억 원)를 부과하자 관세 부과 보복을 예고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첨단 반도체, 가전 분야에서 거둔 경제적 성공은 미국 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 덕이지만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가 최근 한국의 결정으로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 대미 채널 풀가동 “美 기업 차별 없어”
최근 한미 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가 정당한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은 하원 법사위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된한국 관계 당국의 조사를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고 자체 조사에 나서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처벌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대해서도 미 하원 법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규제 대상인 허위·조작 정보의 범주가 모호해 구글, 메타, X(옛 트위터) 등 미국 플랫폼 사업자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냈다.
이에 한국 측은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대미 외교·통상 채널을 풀가동해 “쿠팡 조사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정보통신망법에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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