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지정 전 개인 직접투자는 불가… 삼성자산운용 ETF엔 9월 편입 가능성
“유니트리는 미국이 일부 제품을 먼저 개발한 전략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8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의 상장 첫날 성과를 이같이 논평했다. 유니트리는 이날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科創板)에 입성했다.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30분 주가가 629.44% 급등한 1100위안(약 22만9000원)까지 치솟아 시가총액이 4449억 위안(약 92조8000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공모가는 150.8위안(약 3만1000원)이었다. 8월 20일 종가 기준 유니트리 주가는 전날보다 18.7% 하락한 687위안(약 14만2401원)에 거래됐다.
PER 219배에 공모해 상장 첫날 629% 급등
유니트리를 향한 투자자들의 폭발적 관심은 앞서 8월 10일 진행된 개인투자자 대상 기업공개(IPO) 청약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청약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는 약 978만 명으로 청약 경쟁률이 5526 대 1에 이르렀고, 개인투자자들이 써낸 주문액만 8조1000억 위안(약 1700조 원) 규모였다. 7월 진행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IPO 당시 개인 주문액 7조1000억 위안(약 1470조9000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번 IPO로 유니트리는 전체 발행 주식(4억446만4340주)의 10%인 4044만6434주를 신규 발행해 61억 위안(약 1조2800억 원) 자금을 확보했다. 조달 자금은 로봇용 인공지능(AI) 모델 연구와 신제품 개발, 생산시설 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다.
2016년 설립된 유니트리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5511대 출하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시장 32%를 점유한 1위 기업이다. 2023년 첫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 ‘H1’을 내놓은 이후 2024년 ‘G1’, 지난해 ‘R1’과 ‘H2’ 등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을 연이어 출시했다. 현재 직영몰에서 G1은 1만3500달러(약 1880만 원), R1은 5900달러(약 820만 원), H2는 2만9900달러(약 417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중 드물게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6억9927만 위안(약 3520억 원)으로 2023년 1억5913만 위안(약 330억 원)에서 2년 새 연평균 226.8%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비중은 2023년 2%에서 지난해 52%로 급증했다. 국내 대표 로봇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은 341억 원으로 유니트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서지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니트리는 핵심 부품을 수직 통합해 마진 구조를 확보하고 경쟁사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원가를 절감했다”며 “저렴한 가격을 통해 (로봇) 연구 및 개발의 표준이 됐다”고 분석했다.
유니트리 주가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도 있다. 공모가 기준 유니트리 주가수익비율(PER)은 219.23배로 로봇 업계 평균(38.56배)보다 약 6배 높다. 아직 산업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로봇이 주로 연구·시연·공연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매체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발생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매출 가운데 연구·교육용이 73.60%, 공연과 시연에 쓰이는 상업·소비용이 17.39%였다. 산업·업무 적용 로봇의 비중은 9.01%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기업 전시관 안내용 로봇을 제외하고 제조, 순찰 등 산업 현장에 직접 투입된 로봇 관련 매출은 29.29%에 그쳤다.
향후 유니트리의 매출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유니트리 제품을 비롯해 향후 출시될 외국산 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 모델의 수입을 금지한 탓이다. 지난해 유니트리 전체 매출 중 13%가 미국시장에서 나왔다.
개인투자자가 당장 매수하기는 어려워
한국 개인투자자가 당장 유니트리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는 없다. 유니트리는 위안화로 거래되는 중국인 전용 주식 A주로,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유니트리가 향후 후강퉁(邑港通) 가능 종목으로 지정되면 한국 개인투자자도 살 수 있다. 다만 후강퉁 종목이 되려면 상장 후 일정 기간 시가총액·유동성 등 각종 조건을 충족해야 해 유니트리가 가까운 시일 내 후강퉁 대상이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후강퉁이란 해외 개인투자자가 홍콩거래소를 통해 상하이증권거래소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제도다.
유니트리에 빠르게 투자할 대안으로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꼽힌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이 대표적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RQFII(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 자격을 활용해 유니트리가 후강퉁 가능 종목으로 지정되기 전에도 선제적으로 중국 A주를 취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구성 종목에 유니트리가 포함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해당 ETF를 매수해 유니트리에 간접투자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ETF 구성 종목(PDF)에 유니트리를 넣는 데 적극적이다. 후강퉁 대상 지정 전에도 유니트리를 PDF에 편입할 수 있도록 올해 2월 해당 ETF의 기초지수 편입 대상 종목을 기존 ‘후강퉁·선강퉁(深港通: 해외 개인투자자가 홍콩거래소를 통해 선전거래소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제도) 가능 종목’에서 ‘중국 전체 주식시장 상장 종목’으로 확대했다. 또 ‘패스트 엔트리(Fast Entry)’ 제도를 도입해 정기 변경 시기 외에도 신규 상장 종목을 수시로 PDF에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유니트리의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편입 예상 시기에 대해 “기초지수 업체와 논의 중이라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유니트리가 지수 방법론 조건에 부합한다면 9월 2일 편입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술 자립 위해 본토 상장 문턱 낮추는 中
최근 중국 정부는 첨단기술 기업의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 세제 혜택, 국유자본(國有資本), 정부 조달 등에 의한 직접 자금 투입을 넘어 자본시장까지 활성화해 ‘레드 테크’(Red Tech: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를 계기로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린 중국 최첨단기술) 기업을 키우려는 것이다.
2024년 6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과학기술 혁신과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노동력 및 자본 투입이 아닌 첨단기술이 창출하는 생산능력)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커촹반 개혁 심화 8대 조치’를 발표했다. 첨단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연구개발과 상용화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혁신적 과학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적자를 내더라도 커촹반 상장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에는 ‘IPO 사전 심사’ 제도도 도입했다. 기업이 정식 상장 신청을 하기 전 비공개 상태에서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의문 사항을 미리 수정·보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기업은 정식 상장 신청 이후 심사 과정을 대폭 단축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제도를 적용받은 1·2호 기업이 바로 7월 27일 커촹반에 상장된 CXMT와 유니트리다. IPO 신청이 접수된 후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까지 CXMT는 148일이 걸렸다. 유니트리는 73일로 역대 커촹반 IPO 기업 가운데 가장 빨랐다. IPO 신청 접수부터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록까지는 CXMT가 165일, 유니트리가 104일 걸렸는데,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지난해 4분기 등록한 39개 기업이 평균 393일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중국 전문가인 이철 박사는 이 같은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움직임에 대해 “중국공산당이 국가 인프라에서 미국에 종속된 기술 요소를 배제하고자 1999년부터 100년 목표로 일관되게 추진해 온 대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박사는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 때문에 자립·자강 체제를 만들려 하고, 이를 위해 5년 전부터는 핵심 신질 생산력으로서 AI 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거대언어모델(LLM) 등 원천적인 AI 기술에서는 미국을 압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은 자국의 강력한 제조업에 AI를 도입하는 피지컬 AI 영역에서는 세계 1강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