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7명 처형… 공화당 소속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사형 집행 주도
미국에서 16년 만에 하루 동안 사형수 3명의 형이 집행됐다. 3건의 사형이 같은 날 집행된 것은 우연히 일정이 겹친 것에 가깝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사형 집행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플로리다에서는 하루에 2건 집행
8월 13일(이하 현지 시간) 오클라호마주와 테네시주, 앨라배마주가 각각 사형수 1명씩을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처형했다. 미국에서 서로 다른 3개 주가 같은 날 사형을 집행한 것은 2010년 1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가장 먼저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오클라호마주의 카를로스 쿠에스타-로드리게스(70)였다. 그는 2003년 연인 올림피아 피셔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마지막 순간 가족을 바라보며 “사랑한다”는 뜻을 전한 뒤 오전 10시 13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약 30분 뒤 테네시주에서는 앤서니 대럴 하인스(66)의 사형이 집행됐다. 그는 1985년 모텔 직원 캐서린 진 젱킨스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저녁에는 앨라배마주가 2021년 5세 아동 카마리 홀랜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제러미 윌리엄스(42)를 처형했다. 미국 AP통신은 “하루에 3건의 사형이 집행된 것은 일정상 우연이지만 미국에서 사형 집행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사형 집행 건수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11개 주에서 모두 47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이전 10년간 미국의 연간 사형 집행이 30건 미만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8월 13일 3건의 사형이 이뤄진 뒤 18일 플로리다에서는 윌리엄 프랜시스 실비아(61)의 사형이 추가로 집행되면서 올해 사형 집행이 23건으로 늘었다. 실비아는 2006년 별거 중이던 아내를 총으로 살해하고 장모에게도 총격을 가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 집행 증가를 이끈 곳은 단연 플로리다주다. 지난해 플로리다는 19건의 사형을 집행해 전체 미국 집행 건수의 40%를 차지했다. 올해는 8월 18일까지 13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7월 28일 2건의 사형을 동시에 집행한 데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한 사형 집행 주로서 입지를 굳혔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강경한 사형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사형 집행 영장에 적극 서명하며 사형 집행을 늘려왔다. 플로리다는 2023년에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사형을 권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 사형 적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꿨다.
트럼프 “사형은 흉악 범죄 억제 수단”
트럼프 행정부도 연방 차원에서 사형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법무부는 4월 24일 ‘연방 사형제도 복권·강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중대 연방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사형 집행 방식으로 기존 독극물 주사 외에 총살형, 전기의자형, 가스 질식사형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전 행정부가 아동 살해범 등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최고형 집행을 거부해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법 집행 정상화를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연방 사형수 40명 가운데 37명의 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 바 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말인 2020년에도 17년간 중단됐던 연방 사형 집행을 재개해 13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두 번째 임기 첫날에도 사형제 복원과 공공안전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사형은 가장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억제하고 처벌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전체가 사형제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사형제를 법으로 두고 있는 27개 주 가운데 10개는 최근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실제 사형을 집행한 곳은 11개 주에 불과하다. 사형제 찬성 여론도 점차 줄고 있다. 갤럽이 지난해 10월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사형 찬성률은 52%로, 1994년 80%를 기록한 뒤 2010년대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그려왔다(그래프 참조).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사형은 수정헌법 제8조가 금지하는 ‘잔인하고 이례적인 처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해온 정치적 이슈”라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기조 아래 일부 레드 스테이트 주에서 사행 집행이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