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도 40조 자사주 사들여 소각하기로… 삼성전자 행보에 관심 집중“주주환원 하는 샌디스크가 다른 메모리 주가까지 끌어올리는 건가.”
“샌디스크가 길을 튼 것이다. 삼성전자 주주환원이 남았다.”
8월 19일 샌디스크 온라인 주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미국 낸드플래시 제조사 샌디스크가 잉여현금흐름(FCF) 100%를 주주환원에 쏟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8월 13일(현지 시간)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다. 이날 샌디스크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강한 수요에 힘입어 2028~2030 회계연도 매출액이 연 10%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 루이스 비소소 샌디스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업에 필요한 투자를 집행한 뒤 남는 FCF 전액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급 현금 창출력 목표
샌디스크는 2028~2030 회계연도 FCF 마진율을 약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8월 14일(현지 시간) 이를 두고 “메모리 반도체 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도 연간 FCF 마진율이 가장 높았을 때가 45~50% 수준이었다. 독점적 시장 지위를 가진 기업에 견줄 만한 현금 창출력을 목표로 내건 셈이다.
샌디스크는 자사주 매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60억 달러(약 8조35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가운데 45억 달러를 조기에 소진했고, 이사회는 최근 140억 달러(약 19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 매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남은 자사주 매입 한도는 약 155억 달러로, 전체 발행 주식의 8%가 넘는 규모다.
이처럼 공격적인 주주환원이 가능한 배경에는 이익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샌디스크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현재까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3곳을 포함한 고객사 8곳과 장기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통해 2028 회계연도 예상 물량의 3분의 2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괴클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금의 강력한 실적은 우리가 18개월 전 제시한 전략을 철저히 실행한 결과”라며 NBM(New Business Model·신규 비즈니스 모델) 성과를 강조했다. NBM은 빅테크 등 대형 고객사와 최소 4년 이상 공급 물량을 사전에 확정하는 구속력 있는 장기계약을 뜻한다. 메모리 반도체 특유의 급격한 업황 변동을 완화하고자 도입됐다. 샌디스크는 현재 생산 물량의 절반 이상을 NBM으로 묶어둔 상태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소각
다만 샌디스크의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추격과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의 맷 브라이슨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샌디스크 경영진이 아무리 ‘이번 AI 사이클은 다르고 장기계약을 묶어놨다’고 해도 중국 제조업체(양쯔메모리 등)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와 상승하는 기술 경쟁력으로 결국 공급 과잉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 관심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기에 벌어들인 현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주주에게 돌려줄지로 옮겨가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 여부가 외국인 수급 및 주가 재평가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8월 18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종의 강세 모멘텀 지속 재료는 8~9월 발표될 주주환원 정책”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가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국내 반도체 업종의 강세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이미 주주환원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마이크론은 6월 실적 발표에서 2027년부터 자본환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초과 현금의 10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도 8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40조43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특별배당을 포함한 추가 주주환원의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3분기 실적 발표 때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현행 주주환원 정책은 2024~2026년 발생한 FCF의 50%를 재원으로 활용해 연간 9조8000억 원 수준의 정규 배당을 지급하고 이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환원하는 구조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현 주주환원 정책으로 보면 특별배당 규모가 최소 1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향후 대규모 주주환원은 삼성전자 기업가치 상승뿐 아니라, 코스피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의 재평가를 이끄는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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