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새>, 김용대, 길벗어린이, 2020.<곰과 새>라는 제목의 이 책에는, 작가의 말을 제외하면 글은 전혀 없고 그림으로만 채워졌다. 동물들과 주변의 자연 모습을 세밀화로 표현하는 섬세한 그림도 좋았지만, 그 줄거리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작품의 내용을 통해 인간 사회의 면모를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와 복장 등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인간관계의 면모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책에서 형상화된 커다란 몸집의 곰은 인간에게는 두려운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곰이 데려간 새장의 새는 다른 이에게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처럼 인식된다. 인간의 관점에서 위협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곰은 새장에 갇힌 새에게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는 자유를 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품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그림을 통해서 유추한 본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눈이 쌓인 겨울철의 어느 날, 곰 한 마리가 별장인 듯한 산 속의 집으로 다가간다. 아마도 눈이 쌓인 숲에서는 도저히 먹이를 찾을 수 없어서, 외딴 산 속의 집을 찾은 것이라 짐작된다. 집안에 들어가 선반에 놓였던 꿀 단지를 깨뜨려 먹고, 가까이에서 들리는 새의 지저귀는 소리에 이끌려 곰의 발길은 새장이 걸린 곳으로 향한다. 그 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들리자, 곰은 새장을 물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사냥꾼과 개가 맹렬하게 추적하지만, 곰은 덤불을 헤치고 외나무다리를 건넌 후 다리를 무너뜨려 더 이상의 추적에서 벗어난다. 새장을 입에 물고 달아나는 곰과 그들을 뒤쫓는 사냥꾼과 개의 모습들이 매우 역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윽고 새장을 물고 숲 속으로 향하는 곰,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주위의 동물들의 시선이 함께 형상화되고 있다. 때론 족제비가 나타나 새장의 새를 엿보기도 하지만, 곰에 의해 쫓겨 달아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자연을 배경으로 곰과 새가 함께 하는 그림들은 평화롭게 그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장을 물고 산 정상에 오른 곰이 새장의 철사를 물어 뜯자 , 마침내 새는 새장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자유롭게 나는 새를 보내면서, 뒤돌아서는 곰의 모습과 하늘을 나는 새의 모습이 제시되면서 책의 내용은 마무리된다.
"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틀 안에 갇힌 시선은 서로 간의 오해를 낳고 미워하며 때로는 이유 없이 싸움을 만들기도 하지요. 어쩌면 서로 친구가 되길 원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내가 만들어낸 공간 안에서 누구나 마음껏 상상하고 느끼길 바랍니다."
아마도 이 책의 기획 의도를 담은 듯한, 이와 같은 저자의 말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기 위해 새장에 가두어 키우지만, 새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억압이고 폭력일 수 있음을 저자는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연히 마주친 존재이지만, 새장에 갇힌 새를 풀어주고자 노력하는 곰의 행동은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는 진정한 우정에 다름이 아니라고 이해되었다. 그동안 새장에 갇혀 지내야 했던 새는 곰에 의해 풀려나면서 자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사 자기만의 관점이 아닌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