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정보 검색이나 업무 보조를 넘어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상담 상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에 고민을 털어놓은 Z세대 10명 중 7명 이상은 AI의 조언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경험이 있었으며, 대부분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가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도한 의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검색·업무 넘어 고민 상담까지… AI 활용 영역 확대
21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11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생성형 AI를 '하루에도 여러 번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어 하루에 1번(15%), 일주일에 2~3번(12%), 일주일에 1번 이하(7%) 순이었다. 이용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생성형 AI 이용자 가운데 70%는 AI에 고민이나 속마음을 털어놓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AI의 조언이 실제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AI에 고민을 상담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76%는 'AI의 조언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다는 응답은 24%였다.
AI 조언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AI의 조언이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를 묻자 79%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보통이었다'는 15%였으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5%, '오히려 혼란스럽거나 불안해졌다'는 1%에 그쳤다.
고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상대는 '친구'가 31%로 가장 많았지만 '생성형 AI'가 26%로 뒤를 이었다. 가족은 18%, 연인은 13%에 그쳤다. 멘토(5%), 전문 상담사(4%), 기타(3%) 등의 순이었다.
AI에게 가장 많이 털어놓는 고민은 '취업·진로'였다. 복수응답 기준 69%가 취업이나 진로에 관한 고민을 상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간관계가 40%로 뒤를 이었고 연애·이별(26%), 경제적 고민(16%), 외모·자존감(10%) 등으로 상담 영역도 개인적인 문제 전반으로 넓어졌다.
Z세대가 AI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객관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있어서'(27%)였다. '나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22%, '언제든 바로 대화할 수 있어서'가 20%,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돼서'가 18%를 차지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부담이 없어서(8%),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마땅히 없어서(5%)라는 응답도 있었다.
'상담 상대'로 영역 넓힌 AI… 2032년 시장 2.3조달러 전망
이 같은 현상은 국내 Z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 성인 5119명을 조사한 결과, 18~29세의 20%가 AI 챗봇을 '정서적 지원이나 조언'을 얻는 데 사용한다고 답했다. 30~49세는 13%, 50~64세는 4%, 65세 이상은 2%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AI를 정서적인 영역에 활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또 미국 일론대 '이매지닝 더 디지털 퓨처 센터'가 지난 8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이용 성인의 27%가 챗GPT·제미나이·클로드·코파일럿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사회적 교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사회·정서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 가운데 31%는 자신의 AI 챗봇을 '친구'로 여기고 있었으며, 59%는 "AI가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생성형 AI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지난 6월 발표한 ‘생성형 AI 2026 전망’에서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이 2032년 2조3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전체 기술 지출의 2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내놓은 전망치 1조8000억달러보다 5000억달러 상향된 수준이다.
AI 영향력 커지자 '과의존' 우려도
다만 AI와의 정서적 교류가 늘어날수록 과도한 의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픈AI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이 챗GPT 이용 행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AI를 친구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이용자와 장시간 사용하는 이용자에게서 부정적인 사회·정서적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관찰됐다. 연구진은 AI 이용에 따른 영향이 이용 방식과 개인의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AI와의 대화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많았다. 생성형 AI 이용 경험자의 64%는 'AI와 나눈 대화 내용을 타인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공개할 수 있다는 응답은 36%였다.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실제로는 말하지 못할 솔직한 생각이 담겨 있어서'가 48%로 가장 많았다. 개인정보나 민감한 정보를 입력한 적이 있어서(27%), 사소하거나 하찮아 보이는 질문이 많아서(11%), 가족·친구·연인 등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서(10%), AI에 의존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4%) 등이 뒤를 이었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본부장은 "생성형 AI가 단순한 정보 검색이나 업무 보조를 넘어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고 실제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AI의 답변이 항상 정확하거나 개인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닌 만큼 중요한 진로나 인간관계 문제까지 AI의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