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 정상서 운해 촬영에 숙식까지 제공…지원자 3500명
美 수영장 체험·호주 웜뱃 산책 등 세계 곳곳 이색 일자리산 정상에서 한 달 동안 구름을 촬영하고 1200만원을 받는다. 미국 전역의 수영장을 돌아다니며 물놀이를 하고 소셜미디어에 콘텐츠를 올리면 최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호주에서는 웜뱃과 산책하는 이색 일자리까지 등장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높은 보수나 무료 여행에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업무를 결합한 이른바 '꿀알바'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관광지나 기업들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내놓은 이벤트성 일자리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용과는 차이가 있지만, 공고가 나올 때마다 수백~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곳은 중국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라오쥔산 풍경구는 한 달 동안 산 정상에서 생활하며 운해를 촬영할 '운해 관찰자'를 모집했다.
선발된 사람은 30일 동안 산 정상에서 생활하며 매일 운해와 주변 풍경을 촬영하고 하루 최소 1편의 영상이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관광지 측에 제공한다. 숙식은 관광지 측이 지원하고 보수는 세전 6만위안(약 1200만원)이다.
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촬영하면서 한 달에 1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주일 만에 3500명 이상이 지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사람은 허난성 출신 대학 졸업생 리쓰천(23)씨였다. 전자상거래를 전공하고 미디어 콘텐츠 제작 보조 업무 경험이 있었던 리씨가 제출한 지원 영상은 18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수영장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일이 된 사례도 있다. 수영장 대여 플랫폼 스윔플리는 2024년 미국 50개 주의 수영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수영하고 평가하는 '최고 수영장 책임자(Chief Pools Officer)'를 모집했다. 최대 보수는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제시됐다.
선발된 사람은 여름 동안 미국 곳곳을 여행하며 수영장을 체험하고 최고의 수영장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무를 맡았다. 수영장 파티를 열거나 미디어에 출연하고 소셜미디어용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업무에 포함됐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는 '웜뱃 산책 도우미'라는 독특한 일자리도 등장했다. 태즈메이니아 관광 당국은 2024년 겨울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10종의 '이상한 일자리(Odd Jobs)'를 공개 모집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동물원에서 웜뱃과 시간을 보내는 '웜뱃 워커'였다. 별도의 고액 급여 대신 호주 주요 도시에서 태즈메이니아까지 이동하는 항공료와 숙박, 렌터카 비용 등이 지원됐다.
이처럼 '꿀알바'로 불리는 이색 일자리가 겉보기처럼 마냥 놀면서 돈을 버는 일은 아니다. 상당수가 기업이나 관광 당국의 마케팅을 목적으로 기획되는 만큼 선발된 사람에게는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홍보, 사진·영상 촬영 등 구체적인 업무와 책임이 요구된다. 높은 보수 역시 노동의 대가인 동시에 지원자를 끌어모으고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의 성격을 띤다.
중국 운해 관찰자로 뽑힌 리씨의 실제 업무도 '구름만 바라보는 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리씨는 매일 오전 5시부터 촬영을 시작해 일출 전후 펼쳐지는 운해를 카메라에 담았다. 변화가 심한 산악 날씨 속에서 영상 촬영과 편집, 색 보정, 드론 조종까지 직접 해야 했다.
미국의 최고 수영장 책임자 역시 10만달러 전액이 기본급으로 지급되는 방식은 아니었다. 5만달러가 기본 보수와 여행경비 명목으로 책정됐고 나머지는 제작한 콘텐츠의 성과 등에 따라 보너스로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높은 보수와 이색적인 경험을 동시에 내건 일자리에 젊은층이 몰리는 현상은 최근 악화한 취업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규직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단기 일자리나 기존 직업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라오쥔산의 '운해 관찰자'는 심각한 청년 취업난 속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4.9%였다. 올해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중국의 대학 졸업생도 약 127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간 숙식을 제공하면서 6만위안을 지급한다는 조건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상당한 유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 한 명을 뽑는 라오쥔산 운해 관찰자 모집에 일주일 만에 3500명 넘게 몰린 배경에도 중국의 치열한 청년 취업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