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부부장급 대거 몰려…10년차 이하 평검사는 지원 저조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특례 임용에 검사 1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 내부에서 중수청행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많은 숫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원자 상당수가 부부장급 이상에 몰리고 실제 수사 실무를 담당할 10년 차 이하 평검사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 특례 임용에 지원한 검사는 10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 기준 검사 현원이 2063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검사의 약 5%가 중수청행에 관심을 보인 셈이다.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지난 7일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특례 임용 희망 신청을 받았다. 총 지원자는 2375명으로 중수청 전체 정원 2874명의 82.6%에 달했다.
준비단은 직군과 계급별 신청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향후 인사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부장검사급인 사법연수원 36~37기와 법조 경력 10년 이상인 부부장급 검사들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가상자산, 공정거래, 부정경쟁·기술유출, 마약 등 중대범죄 수사 경험을 갖춘 검사들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검사들도 지원자 명단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 대표적인 개혁 성향 검사로 꼽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쿠팡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문지석 수원고검 부장검사도 중수청에 지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검사가 지원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모집 초기에는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이동할 경우 기존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수사관으로 임용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관 때부터 3급 공무원 대우를 받는 검사가 중수청에서 4급 상당 수사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지원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면서 그동안 쌓아온 수사 경력을 계속 활용하려는 검사들이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수청에서 중대범죄 수사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과 향후 변호사 개업 등 진로를 고려한 선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수청이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열고 조직 운영 방안을 구체화한 것도 지원자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5일부터 진행된 설명회에는 검사 260여명을 포함해 총 3070여명이 참석했다.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둔 19일에는 비연고지 근무자를 위한 관사와 비상대기소, 통근버스, 국외업무여비, 석사과정 교육 지원, 포상금 등의 예산이 반영됐다는 내용도 추가로 공지됐다.
수사관들의 높은 지원율에는 아직 공소청의 구체적인 직제와 정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 정원이 얼마나 줄어들지 알 수 없는 만큼 중수청을 선택지로 확보하려는 수요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중수청으로서는 전체 지원자가 정원의 80%를 넘고 검사 지원자도 100명 이상 확보하면서 인력 구성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실제 수사 실무를 맡을 평검사급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과제로 남았다.
중수청에서는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가 주로 3급 상당 수사관으로, 10년 미만 검사는 4급 상당 수사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특히 4급 상당 검사들은 경찰과 검찰 수사관 출신 등과 함께 일선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할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법조계에서는 단순한 지원자 숫자보다 어떤 경력과 역량을 갖춘 검사들이 실제 중수청으로 이동하느냐가 조직의 초기 수사 역량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간부급 검사만 대거 이동하고 실무를 담당할 평검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조직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준비단은 제출된 신청 서류를 토대로 근무 희망지와 경력 등을 고려해 다음 달 특례 임용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원자들에게는 철회 기간도 주어진다.
이번 특례 임용으로 채우지 못한 인력은 향후 검찰청 정원 감축 규모 등을 고려해 공소청 소속 검사와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모집한다. 경찰과 변호사, 회계사, 사이버 기술 및 금융분석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경력경쟁 채용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민재 중수청 개청준비단장은 "중수청은 시대적 요구인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 개혁을 선도할 핵심 기관으로서 중수청에 자발적으로 지원해 주신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안정적인 조직 출범을 위해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