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기독교회관서 10주기 추모예배 드려
고인과 민주화 운동 함께한 동지들 대거 참석해
군사독재 시절 억눌린 이들 품은 고 박형규 목사
유신 독재 맞서 옥고…'민청학련 사건' 진실 입증
신군부 탄압에 '노상 예배' 드리며 약자들과 연대
진화위 국가 폭력 규명 이어 최근 배상 소송 승소
배상금으로 '박형규 목사 기념실' 조성해 뜻 기려

[앵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서서 평생을 약자들과 함께했던 고 박형규 목사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됐습니다.
 
10주기를 맞아 고인을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는데요. 마침 과거 국가폭력에 맞서 길거리 예배를 감내해야 했던 서울제일교회가 최근 국가 배상금으로 기념실까지 조성해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정원희 기자입니다.
 
[기자]
 
1970년대와 80년대, 군사독재의 서슬 퍼런 탄압 속에서 억눌리고 가난한 이들의 피난처가 되었던 곳.
 
서울제일교회 중심에는 그 아픔을 보듬는 고 박형규 목사가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박형규 목사 10주기 추모예배가 엄수됐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서울제일교회 등이 함께 뜻을 모은
이날 예배에는 박 목사와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었던 민주화 운동 동지들이 대거 참석해 기꺼이 시대의 '광대'를 자처했던 고인의 삶을 기렸습니다.
 
[녹취] 이해학 목사 / 성남 주민교회 원로
"박형규 목사는 복음을 언어로 선포하기에 앞서 한국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문제의 복판에 십자가를 세우고 자신을 거기에 매달아버리는…"
 
1970년대 유신 독재에 맞서 남산 부활절 연합예배 사건 등으로 무려 여섯 차례나 옥고를 치렀던 박형규 목사.
 
특히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지만, 38년이 지난 2012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으며 역사적 진실을 입증했습니다.
 
그의 고난은 교회 밖 거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 국군보안사령부의 공작과 방해로 예배당에서 쫓겨난 서울제일교회 교인들은 무려 6년이 넘도록 눈비를 맞으며 '노상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징벌 같은 길거리 위에서도 박 목사는 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며 부활의 역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녹취] 최자웅 신부 / 전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의장
"징하고 모진 70년대 80년대의 무간지옥과 가막소와 고난의 연속선 속에서 치열하고도 넉넉히 참 인간과 덩실덩실 춤추며…"
 
그리고 이 역사 역시 지난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국가기관의 위법행위임이 공식 규명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제일교회와 유가족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이끌어내며 뒤늦게나마 교회와 고인의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비록 배상액이 부족하고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도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승소 배상금으로 교회 내에 '박형규 목사 기념실'을 조성하고 다가오는 23일 주일 뜻깊은 개관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원진 목사 / 서울제일교회 담임
"지금도 그때처럼 이 사회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울부짖는 사람들 곁에 찾아가서 그들의 목소리가 돼주는 것이 교회와 목회자와 성도의 역할이라는 것을 되새길 수 있는…"
 
행동하는 신학, 실천하는 신앙으로 시대를 깨웠던 거리의 목자 박형규.
 
치열했던 고난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그의 해맑은 웃음과 발자취가, 1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교회가 진정 서야 할 곳이 어디인지 다시금 묻고 있습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취재: 정선택 최내호]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