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는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의 설교와 정치활동에 대해 1년간 연구를 맡겼습니다.
설교의 정치 도구화와 교회의 정치참여 문제를 두고 교단의 신학적 입장을 정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 총회 신학부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연구를 맡기고 올해 보고받기로 한 건데요.
고신대학원 교수회가 손 목사의 설교 네 편을 분석한 결과, 고신총회가 채택한 신앙고백과 충돌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장세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고신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입니다.
고신총회가 신조로 채택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교리문답을 기준으로 손현보 목사의 설교 네 편을 내용과 방식, 목적에 따라 분석했습니다.
교수회는 먼저 손 목사의 설교 내용에 대해 성경 본문보다 한국의 정치 진단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중심에 놓였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논란이 됐던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라는 설교를 예로 들며 성경 본문을 해석하고 설명하기보다 '공의와 정의'라는 표현을 특정 정치인을 제거해야 한단 의미와 동일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적 판단을 먼저 제시한 뒤 성경 본문을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겁니다.
교수회는 또 구약의 선지자들이 왕과 권력자를 비판했던 사례를 이러한 정치 설교의 근거로 삼는 것에도 신학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설교자가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선지자의 선포와 동일시할 수 없고, 선지자들의 고발은 정치 세력에 대한 규탄이 아닌 교회의 내적 성찰과 공동체의 회개, 회복을 향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설교의 방식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치적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분노와 불안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설교가 진행됐으며, 공예배에서 특정 정치적 구호를 외치게 한 점 등을 들어 개혁주의 전통에서 이해하는 예배와 설교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했습니다.
설교의 목적 역시 회심과 성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하는 데 있기보다 정치적 각성과 행동을 촉구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설교를 공적 신앙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교수회는 두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공적 신앙은 신자가 사회에서 실천해야 할 영역인 반면, 설교는 공예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의 직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설교가 특정 정치적 판단을 하나님의 뜻과 동일시할 경우 신자의 양심을 속박할 수 있고, 교회가 특정 정치세력과 동일시되면서 복음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교수회는 보고서 결론에서 손 목사의 네 편의 설교가 고신총회가 채택한 신앙고백 문서의 설교 이해와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신 교회의 목사들을 향해 강단이 정치적 목적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고, 교회 헌법과 그 정신에 맞게 설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화인터뷰] 고려신학대학원 관계자
"모든 교수님들이 다 거기에 대해서 동의를 했기 때문에…(총회) 신학부에 제출하고 신학부가 다시 총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고신총회가 맡긴 신학적 연구에 대한 교수진의 결과 보고로, 교단 차원의 최종 입장은 아닙니다.
[전화인터뷰] 제인호 사무총장 /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
"지난번 총회 때 손현보 목사님 설교에 대한 우리 입장을 신대원 교수회에 의뢰했고 신대원 교수회에서 이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이것을 가지고 채택 여부를…"
오는 9월 정기총회에서 해당 보고서가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1년간 미뤄뒀던 손현보 목사의 정치 설교에 대한 총회의 입장 표명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CBS뉴스 장세인입니다.
[그래픽: 박미진]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