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가 마지막” 올림픽 은퇴 선언
“후련하다” 경기 마치고 끝내 눈물
총 7개 메달로 한국선수 최다 기록“너는 이미 엄마 인생의 금메달이다.”
최민정(28)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위해 출국하기 전 어머니는 딸에게 읽어보라고 편지를 건넸다. 딸이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을 때부터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설 때까지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느낀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편지였다. 최민정은 이탈리아행 비행기에서 편지를 읽고 펑펑 울었고 어머니의 편지로 힘든 나날들을 견딜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민정이 지난 21일(한국시간) 쇼트트랙 여자 15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화려하게 마쳤다. 평창 대회에서 1500m와 계주 금메달, 베이징 대회에서 1500m 금메달과 1000m와 계주 은메달, 밀라노에서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까지 총 7개의 메달이다. 이로써 최민정은 역대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딴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주 종목인 1500m에서 김길리(22)가 금메달을 따면서 올림픽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최민정은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선수임을 증명했다. 12년간 세계 각국의 경쟁자들이 최민정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그걸 이겨내고 얻어낸 메달이기에 가치가 컸다. 최민정도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로 이번 1500m 은메달을 꼽았을 정도였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는 자꾸 마음이 울컥해진다”는 어머니의 편지글대로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은퇴를 선언했다. 최민정은 “엄마도 밀라노에 오셨는데 엄마 앞에서 멋진 경기 보여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경기를 마치고 은퇴 소식과 함께 끝내 눈물을 보인 그는 “후련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은퇴를 결심한 계기를 묻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게 됐다. 아픈 곳도 많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면서 “올림픽 무대에서 기록도 많이 세웠고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향후 국가대표 및 선수 생활 은퇴 여부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의 올림픽 은퇴 소식을 접한 동료들도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소식을 듣고 눈물을 쏟았던 김길리는 “언니와 함께 큰 무대를 뛰어서 영광이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다”면서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맏언니 이소연(33)은 “옆에서 지켜본 민정이는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였다”면서 “조금 더 (올림픽 도전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선택을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고의충돌 등으로 최민정과 갈등을 빚었다가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심석희(29)도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 단체전을 개인전보다 더 생각해줘서 고마웠다”며 “주장으로서 부담이 컸을 텐데 묵묵히 노력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