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해양수도 부산 기대감 높은데
해수부 기능 강화 뒷전에
해양 공공기관 이전도 물타기
메가프로젝트 속도전 하면서
해양수도권 인프라는 발목
부울경의 민심 이반 막으려면
해양경제권 육성 의지 증명해야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온 지도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동구 수정동 임시청사에서 개청식을 하고 부산 시대 개막을 알린 게 2025년 12월 23일의 일이다. 그 사이 해수부 신청사 위치도 북항 1단계 재개발 부지로 정해졌고 2030년이면 북항 청사 시대가 열린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흥아해운에 이어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도 부산으로 옮겼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 개척에 나서 북극해의 유빙을 뚫고 유럽 노선 운항에 성공한 후 12일 부산항으로 돌아온다. 부산 지역 대학의 해양 관련 학과 입시 경쟁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해수부 이전 후 골목상권이 들썩인 것을 시작으로 부산에 불고 있는 긍정적 변화들이다.
정부 부처 이동은 그 자체로 낯선 일은 아니다. 1980년대 정부과천청사 이전이 있었고, 2010년대에는 정부세종청사 시대가 열렸다. 이에 비하면 해수부는 일개 부처 이동에 불과하지만, 정부 청사 집합적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갖는다. 부산으로서는 오랜 해양수도 꿈을 현실화하는 출발점이지만 국가적으로도 수도권 일극주의 성장 전략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고 해양 강국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수도권에 비견될 남부 해양경제권 생태계를 만들어야 가능한 국가적 과제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4월 청와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점검회를 통해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북극항로를 선도하는, 산업이 대도약하는, 기업·사람·자본이 모이는, 살기 좋은 남부 해양수도권이라는 4대 전략을 중심으로 세부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부산 시민은 해수부 이전을 주도한 전재수 후보를 시장으로 선택함으로써 해양수도 부산을 향한 열망을 표출했다.
하지만 선거 후 해양수도 부산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조금씩 식고 있다. 전 시장이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해운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고, 동남권투자공사와 해사전문법원을 설립해 해양수도의 꿈을 이루겠다고 반복해도 크게 감흥이 없다는 반응들이다. 이들 사안은 전 시장 당선으로 선 반영됐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이전을 계기로 기능을 강화해 명실공히 대한민국 해양 컨트롤타워로 거듭나기를 기대했지만, 선거 후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역에서는 조선·해양플랜트, 국제 물류, 해양레저·관광 등을 해수부로 옮겨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정부 부처를 육상부와 해수부로 나눌 정도의 해양에 대한 기능 집중이 있어야 해양경제권 조성을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1% 안팎에 불과한 게 현재의 해수부 위상이다. 해수부 이전과 패키지로 약속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어촌어항공단,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한국항로표지기술원, 한국해양조사협회 등 6대 공공기관 이전도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물타기 돼 버렸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후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해양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묻혔다. 반도체와 피지컬AI, 데이터센터로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것인데 호남은 반도체 팹을 중심으로 800조 원 이상 대규모 신규 투자를 집중하면서 부울경은 기존 수백억 원의 투자를 끼워넣는 수준에 그쳤다.
물론, 반도체 대기업의 호남 투자를 소지역주의 관점으로 시비 걸 일은 아니다. 문제는 호남 반도체 팹에 쏟는 정성이 해양수도 부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광주 군 공항 이전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해양수도권의 필수 인프라인 가덕신공항 적기 완공을 위한 공사비 증액은 특별법 개정까지 거론하며 발목을 잡는다. 같은 대기업인데 대한항공의 통합 LCC 부산 거점 약속은 내몰라라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원칙을 생각하면 산업은행 부산행도 정부 여당이 결자해지해야 할 사안인데 묵묵부답이다.
지방선거 후 이재명 정부 국정지지율 하락 속에 부울경 민심이 상대적으로 더 싸늘해진 것은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집권 여당 지지율 하락에 놀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에도 부산을 찾아 ‘2028년 총선 주전장은 한강이 아니라 낙동강’이라고 강조했지만 말로만 될 일은 아니다. 김 대표가 SNS에 ‘돔돔돔, 부캉이’라고 올리며 북항 돔 아레나 지지를 밝힌 것은 반길 일이지만 해양수도권을 위해서는 다방면의 전폭적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재수 시장의 비수도권 맏형 역할에도 힘이 실린다. 그리고 해양수도권 조성은 지역 민원이 아니라 국가의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국정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