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000억 규모 펀드 조성
지역 예술인 투자 혜택 추진
작품 유통·소비 생태계 구축
문화기관들과 정기적 만남도

“말을 앞세우지 않겠습니다. 일로 증명하겠습니다.”
지난달 10일 임명장을 받은 송성준 부산문화재단 대표. SBS보도국 부산지국장 출신인 송 대표는 오랜 세월 기자로서 현장을 뛰었다. 그러니 부산 문화계에선 송 대표의 인선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지역 문화 현장에서 만난 적도 없고, 기자라고 하지만 문화 관련은 아니다보니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송 대표는 “지역 문화인을 직접 만나 일로 증명하겠다”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송 대표는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빠르게 부산문화재단과 부산 문화계를 파악한 듯 보였다. 부산문화의 정체성과 방향성, 부산문화재단의 역할과 지역 문화단체의 네트워크까지 계획을 세우고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25년 전부터 꾸준히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과 문화운동을 했습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비전과 연대라는 포럼을 했는데 거기서 부산 청년예술가의 성장과 지원을 돕기 위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했죠. 사상구에 2000여 평 규모의 폐공장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회사 대표를 만나 청년예술가들의 창작 아지트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게 한국 최초의 폐공장 예술촌입니다.”
그때 만난 청년예술가들이 청년문화수도 부산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이고 현재 지역 예술 기획 모임과 현장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송 대표에게 문화재단 대표 자리에 공모하길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해양수도 부산을 넘어 해양문화수도 부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대기업 유치는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른 분야도 성과를 내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죠. 하지만 문화는 관광과 결합되거나 청년 활동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엮으며 효과가 빠르게 나타납니다.”
송 대표는 부산시장과 소통하며 부산시가 나아갈 문화에 대한 그림을 세웠다. 지난달 3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문화예술정책 타운홀미팅에서 전재수 시장이 직접 내용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5년간 매년 200억 원씩 모두 10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해 부산지역 문화예술 기업과 창업자가 실제 투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부산문화재단은 예술인 창작지원에서 끝내지 않고 작품 유통과 소비, 재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청년예술인 지원과 예술인 복지, 유휴공간 활용 등을 넓히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예술 작품을 유통하고 소비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산예술콘텐츠은행을 세워 시민들이 직접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부산 예술인을 알게 됩니다.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송 대표는 지역의 문화기관들이 연대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함께 지역 문화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화재단과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클래식 부산, 부산시립미술관, 현대미술관, 디자인진흥원, 정보산업진흥원까지 협의체를 구성했다. 전국 단위로 민간 전문가TF를 만들어 서울 성수동같은 문화핫플도 부산에 조성할 계획이다.
“현장과 계속 소통하며 복수의 정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물론 공적인 자본이 들어간 만큼 결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을 따질 생각입니다.”
글·사진=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