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부경대·동아대 교통사고
5년간 47건 교내 안전 ‘빨간불’
과속턱·신호등 시설 늘려도 한계
미끄럼 방지용 포장 확대 목소리

최근 부산 주요 대학들의 캠퍼스 안에서 음주 운전이나 마을버스 사고 등 교통사고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교내 교통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학들은 안전 시설을 확충하고 있지만, 학생들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일 부산 사하구 하단역 6번 출구. 지하철역 계단 한편에 동아대 내부를 순환하는 사하10 마을버스를 타기 위한 이용객 50여 명이 연이어 줄 서 있었다. 학기 중 사하10 마을버스는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이용하는 학생들의 주요 이동 수단이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버스에 탑승한 15분 동안 곡선 통행로와 오르막길이 계속됐다. 버스가 급경사와 굽은 길을 지날 때마다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도보로 길을 지나던 학생들은 위태롭게 버스 앞을 스쳐 지나갔다. 정문 앞 도로는 상·하행 차량이 각각 10여 대씩 몰리면서, 수업 시간에 임박해 뛰어가는 학생과 차량이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지난달 2일 캠퍼스 내에서 마을버스가 화단 경계석을 들이받아 운전자가 골절상을 입었던 사고 현장에는 주황색 러버콘 3개만 놓여 있었다. 사고 지점은 동아대 기숙사, 직장 어린이집과 인접해 있지만, 안전 펜스나 속도 제한 표지판 같은 안전 장치도 없었다.
대학 캠퍼스 내 교통사고 위험은 동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6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1~2025년 부산 주요 대학 3곳(부산대·부경대·동아대) 캠퍼스 내부와 출입문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총 47건이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는 경우만 집계한 것으로,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도 캠퍼스 내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동아대 마을버스 사고뿐만 아니라, 지난 7월 부경대에서는 교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20대 남성이 가로수를 들이받고 달아나는 사건도 벌어졌다.
사망 사고도 있었다. 2023년 동아대에서는 정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남성이 교내 공사 덤프트럭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2024년 부산대에서는 캠퍼스 안에서 길을 건너던 20대 여학생이 지게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꼭 운전자의 부주의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사고 위험은 항상 있다.
연이은 교통사고에 대학들은 안전 대책을 세웠다고 설명한다. 부산대는 2024년 교내 사망사고 이후 주요 교차로에 과속방지턱, 중앙 분리대, 속도 제한 표지판 등을 설치했다. 부경대는 최근 5년간 대연캠퍼스를 중심으로 단차가 있어서 차량 감속 효과가 있는 고원식 횡단보도와 과속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차선과 교통안전표지를 정비했다.
동아대도 정문 앞 사망 사고 이후 정문으로 향하는 건널목에 신호등을 설치했다. 혼잡 시간대에는 전담 직원을 현장에 투입해 차량 서행과 보행자 통행 지도에 나선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같은 조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대 재학생 이 모(27) 씨는 “수업 시간을 앞두고 차들이 몰릴 때 위험하다고 느끼는데 교통안전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공사 중인 곳에서는 도보 구간이 확 좁아져 사람과 차가 같이 지나다니는 데다 도로 양 끝에 주차된 차들이 많고 보행자와 거리도 너무 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안 교통안전 문제가 여전히 대학 자율에 맡겨져 법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한다. 또 부산 지역 대학교들은 주로 산에 있기 때문에 내리막길 특성상 차량이 감속하기 어렵다고도 진단했다.
경성대 신강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미끄럼 방지 포장을 캠퍼스에 확대해 차량 속도를 쉽게 줄일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대학 자체 개선책에 기대지 말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3의 기관으로부터 캠퍼스 내 교통안전 진단과 개선 방안을 받고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재량·이채원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