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대마도를 얕보는 사람이 몇 있다. 그들에게 대마도는 볼 게 얼마 없는, 이른바 재미없는 섬이다. 그들에게 대마도에 새로 생긴 둘레길을 걸어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깊은 숲에 들어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록색으로 샤워를 한바탕 하고 오라고 설명할 것이다. 결국 대마도에 간 그들은 흠뻑 젖은 채 말할 것이다. "상쾌하다!"
대마도는 일본 땅이지만 부산항과 더 가깝다. 부산항에서 대마도 히타카츠항까지 고속선(배)으로 1시간 10분 정도면 닿는다. 대마도 이즈하라항에서 후쿠오카까지는 고속선으로 2시간 15분, 일반 페리로 5시간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 중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들은 대부분 히타카츠항에서 머물다가 떠난다.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있고, 대마도의 자연을 둘러보고 싶다면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현재 북부와 중부 둘레길이 이어졌고, 각각 총 거리 105km(7개 구간), 100km(6개 구간)로 이뤄진다.
둘레길을 만든 사람은 히타카츠항에서 민박집과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 고광용씨다. 대마도에 2017년경 들어왔다가 손님이 끊겼던 코로나 시기에 민박 주변으로 이어진 도로를 연결해 둘레길을 만들었다. 처음엔 북부 쪽만 운영하다가 두 달 전 중부 쪽에도 손을 대 100km에 이르는 길을 이었다. 그와 함께 새로 생긴 '대마도 중부 둘레길'을 걸었다. 얕볼 만한 풍경은 절대 아니다.
히타카츠항에서 북쪽으로 큰 도로를 따라 3km쯤 가면 미우다해변이 나온다. 항구에 내린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해변을 둘러싼 숲을 들여다보면 제주도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 해변은 아름답기로 소문나 일본에서 '여객선이 닿는 해변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변 바로 옆에 '미우다캠핑장'이 있는데, 캠핑용품을 빌려주기도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푸드 트럭!
미우다해변 입구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푸드 트럭이 있다. 한국인이 응대한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비롯해 각종 일본 간식을 판다. 푸드 트럭 주인은 히타카츠항 입구에서 '토키세키'라고 불리는 식당과 민박집을 운영하기도 한다.
히타카츠항에서 내린 우리는 가장 먼저 미우다해변으로 갔다가 다시 항구로 돌아와 토키세키 식당에서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일본식으로 이뤄진 도시락은 생선구이와 돈까스, 계란말이 등으로 구성됐다. 음식은 부엌에서 대마도 현지인이 직접 만든다.
점심을 먹은 뒤 고광용 사장이 아끼는 '다이하츠 아트레이' 차량에 탑승했다. 번호판의 노란색은 경차를 뜻하고, 한자로 '長崎장기'라고 적힌 건 '나가사키'를 가리킨다. 대마도는 나가사키현에 속해 있다. 일본에선 모든 차량이 좌측통행을 한다. 우측통행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일본에서의 운전은 어려울 수 있는데, 차에 타고 운전하면 금방 익숙해진다. 고광용씨가 빌려준 차량은 왼쪽 부분이 많이 긁힌 상태였다. 그가 노하우를 알려줬다.
"도로의 가운데가 몸의 중앙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으로 운전하면 됩니다!"
대마도 중부 둘레길 풍경.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대다수다. 도로 양옆의 솟은 나무는 삼나무와 편백나무로 이뤄졌다. 대마도 사람들은 수산업과 관광업, 산림업 쪽에서 주로 일을 하는데, 대마도의 특산품 중 하나가 삼나무와 편백나무다. 대마도 산길에 깔린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벌목 후 나무를 옮기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큰 트럭이 이 도로를 오간다. 작고 협소한 도로는 대마도 전 지역에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데, 차를 타고 돌아다녀도 며칠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대마도 중부 둘레길 개념도
총 6개 구간 100km. 1구간당 평균 15km 정도로 구성됐다.
1구간: 니타항구~미네항구 17km
1-1구간: 갈림길~오마에하마엔지~미네항구 11km
2구간: 미네항구~도요타마 초등학교 19km
3구간: . 도요타마 초등학교~에보시다케전망대~도요타마 소방서 14km
4구간: 도요타마 소방서~사가우라항구 14km
5구간: 사가우라항구~오시카 15km
6구간: 오사키~쓰시마골프장~니타항구 14km
대마도 중부 둘레길은 벌목용 도로를 이어서 만들어졌다. 둘레길을 만든 토키세키 민박 고광용 대표는 터널 옆 샛길을 이용해 길을 찾아 이었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안내판이나 표지기 등이 없다. 따라서 지도에 그려진 길을 따라 정확하게 둘레길을 완주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길을 찾는 방법은 시작점에서 산으로 이어진 '임도'를 찾아 들어가는 것인데,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고광용 대표와 동행하는 것이다.
도로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해서 돌아도 좋다. 일명 '바이크 패킹' 방식을 활용하면 더 재미있게 둘레길을 탐방할 수 있다. 대마도에 '곰'은 없다. 대신 '산고양이'라고 부르는 삵이 서식하고 있는데, 대마도에서 얼마 남지 않은 희귀종이라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즉 둘레길을 돌다가 야생동물로부터 습격을 받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중간중간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예약하기 어려운 곳이 몇 군데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쓰시마 사무소'라고 검색하면 정보가 나온다. 고광용씨의 말에 따르면 허가 없이 캠핑할 수 있는 장소도 몇 군데 있다.

대마도에 유명한 숙소가 있다. 토키세키라고 부른다. 항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식당이 있고, 식당에서 또 걸어서 5분 거리에 민박집이 있다. 둘 다 '토키세키'이며 주인은 한국인 부부다. 이들은 약 9년 전 대마도에 첫 발을 디뎠다. 남편 고광용 대표는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관두고 관광업 쪽에 몸을 담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대마도에 온 뒤 눌러앉았다. 이들의 대마도 정착기는 꽤 흥미롭다. 고광용 대표의 아내 윤일선씨에게서 이야기를 대강 들었다.
고광용 대표는 왜 대마도로 가자고 하던가요? 원래 그이가 '대우맨'이었어요. 그런데 50세가 되면 여행 쪽 일을 해보고 싶다고 늘 얘기했어요. 정말로 55세쯤 됐을 때 회사를 관두더니 지자체나 관공서와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울릉도에 갔다가 선박 운영하는 회사 사장 소개로 대마도에 오게 됐어요. 대마도 여행 상품을 만들고 홍보를 해야 했는데, 그때부터 대마도에 빠지게 된 거죠.
고광용 대표가 대마도로 가자고 했을 때 순순히 따라 갔나요? 남편이 저 몰래 가게 계약을 했어요. 수상하게 저한테 계속 "대마도 좋다! 대마도 좋아"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배를 잘 못 타요. 뱃멀미를 심하게 하거든요. 그래도 한번 따라와봤어요. 아는 사람들하고 여행 겸 왔죠. 렌터카를 이용해서 일주일 동안 돌아다녔어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쯤 같이 온 사람들을 돌려보내면서 남편이 고백했어요.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요. 일이 저질러졌는데 어쩌겠어요? 해야죠. 뭐. 저는 결정된 것에 관해서는 즐기면서 하자는 주의예요. 그래서 지금도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못 말리는 남편이군요? 맞아요. 트레킹, 낚시, 숲속 음악회 등등 벌이는 일이 많아요. 지금 본인은 나이 60세가 넘어서 한국에 가서 할 일이 없대요. 여기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는 게 더 낫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일을 벌이고 있어요. 본인이 열심히, 착하게 사니까 어쩌겠어요. 도와줘야죠. 사람들이 그걸 좀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많이 찾아요. 남편은 여기 산 지 9년이 됐는데도 일본어를 못 해요. 저요? 조금 해요. 코로나 때 손님이 없어서 책 두 권을 사다가 익혔어요. 남편은 배우고 싶지 않대요. 본인이 일본어를 익히면 주변 일본 사람들이 술 먹자고 꼬드겼을 거라나요?
쉬는 날이 있죠? 쉴 때는 뭘 하나요? 요즘 하루도 안 빼놓고 미우다해변에 나가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미우다해변에 가면 늘 있는 한국인 푸드 트럭이라는 이미지를 위해서요. 쉬는 시간이 있긴 하죠. 그때마다 저 혼자 맛있는 거 해먹어요. 좋아하는 여행 TV프로그램도 보고, 강아지가 나오는 것도 보고요.
대마도에 온 걸 후회하지 않나요? 저는 지나간 일에 얽매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자존감을 높이려면 자존심은 좀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마도에서 가장 싼 '미네 다이렉스 마트'
대마도에서 가장 큰 마트인 이곳은 취급 상품의 가격이 대마도 내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품목도 다양하다. 면세로 살 수 있는 술부터 의약품, 각종 생필품과 음식도 모두 여기에서 구할 수 있다. 쇼핑 기대 없이 작은 가방을 들고 왔다가 후회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애매하다. 마트는 번화가에 있는 게 아니라 '시골' 풍경이라고 할 수 있는 도로 중간에 덜렁 놓여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를 빌려서 가는 게 가장 편하다.
대형 '무인양품' 발견!
대마도의 남쪽 이즈하라항구는 히타카츠보다 더 복잡하다. 일명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이 항구 근처에 무인양품 매장이 있다. 규모가 상당히 크다. 한국에서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작은 섬에서 익숙한 브랜드 매장을 만났다는 것에서 매우 반가웠다.
가장 먼저 와야 할 '대마도 박물관'
대마도의 역사에 관해 자세히 훑어볼 수 있는 곳이다. 대마도에 왔다면 이곳에 가장 먼저 와서 지역의 역사와 사정을 알고 난 후 여행하는 걸 추천한다. 덕혜옹주 이야기부터 옛날 조선과의 원활한 무역을 위해 관공서에서 실시한 문서 위조 사건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다.
대마도 유일의 양조장에서 만든 소주
시라다케 주조라고 부르는 대마도 양조장에서 만든 술이다. '야마네코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보리 소주와 쌀 소주를 섞어 만든 고급 소주다. 도수는 35도다. 바닐라향, 구운 토스트 향이 난다고 알려졌다. 라벨에 그려진 그림은 야마네코, '삵'이다. 대마도 멸종 위기 종이자 마스코트다.
눈과 몸 호강, '나가시노유 온천'
히타카츠항과 가까운 곳에 토요코인 호텔이 있는데, 성수기에 이곳은 예약이 꽉 찬다. 이곳에서 묵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온천 시설만 이용해도 그런대로 만족감을 채울 수 있다. 목욕탕 시설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통창으로 바라다보이는 대마도 자연 풍경이 일품이다. 가격도 700엔(약 7,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노천탕도 있는데, 굳이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노천에 나와 있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인터넷 예매 가능한 '신화의 마을 캠핑장'
대마도에서 캠핑을 하려면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5~6개의 캠핑장이 있는데, 팩스로 예약을 받는다. 신화의 마을 캠핑장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쓰시마 사무소'라고 치면 홈페이지가 나온다. 캠핑장 이용객은 주로 한국인이다. 따라서 외국에서 캠핑한다는 느낌이 덜할 수 있다.
사용료는 2,000엔(약 2만 원) 정도다. 텐트와 침낭 등을 빌려주기도 한다. 대마도에선 캠핑용으로 부탄 가스를 주로 이용한다. 동그란 모양의 EPI가스를 구하기 어렵다. 우리는 인근의 낚시 용품점에서 겨우 가스를 구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