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엔 잘 안 팔리는 물건이 수두룩하다. 매장 한편에 팔리지 않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물건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움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 이거 정말 좋은데, 왜 안 사갈까?'
물건이 좋은 주인을 만나 산과 들, 강이나 바다로 신나게 떠돌았으면 하는 것이다. 울상인 어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 듯 거의 매일 매만지는 물건이 있다. 바로 카누다. 이 카누는 특별하다. 박스 형태로 접혀 바닥 진열대에 놓여 있다. 그러니 가게에 온 손님 중 대부분은 이것이 카누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이따금 궁금해하는 손님이 있긴 하지만 그들에게 카누는 아직 미지의 세계인 것 같다. 나는 열심히 설명한다.
"카누예요! 그렇게 안 생겼죠? 접혀 있어서 그래요. 상상이 안 가죠? 네, 맞아요. 이삿짐을 쌀 때 쓰는 상자와 재질이 비슷해요.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이라는 걸로 만들었어요. 물에 뜨냐고요? 당연하죠! 물에 잘 뜰 뿐만 아니라 튼튼해요. 2만 번을 접었다 펴도 끄떡없어요. 아니, 정말이라니까요? 이거 두 사람이 탈 수도 있어요. 거기에 백패킹 장비가 든 배낭을 실어도 가라앉지 않아요. 최대 적재용량이 220kg이나 돼요. 그러니까 짐이 없으면 세 사람까지도 탈 수 있어요."
마이카누는 한국 브랜드다. 진광석 대표와 김찬 이사가 이끈다. 진광석 대표는 장거리 수영이 취미였다. 물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카누 제작에 빠졌다. 김찬 이사는 가구 설계와 개발 일을 오래 했다. 초창기엔 진광석 대표와 제이 리Jay Lee라는 사람이 시작했다. 두 사람은 2013년부터 개발에 착수했고, 수천 번의 도면 설계와 종이접기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2017년 초 인터넷 펀딩을 통해 목표금액보다 2배가 넘는 1억5,000만 원 상당의 판매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아웃도어 시장에 데뷔했다.
낯선 방식의 이 카약은 아쉽게도 마이카누가 세계 최초로 만든 건 아니다. '오루 카약'이라는 미국 브랜드가 2013년경 처음 선보였다. 그렇지만 마이카누는 오루 카약과는 디자인이 다르다. 탑승 부위가 개방되어 있다. 카누와 카약이라는 종류 차이가 있지만 마이카누가 훨씬 더 범용적이다. 짐도 많이 실을 수 있어 캠퍼에게도 유용하다.
지금 한국에는 카누와 카약 제품과 관련된 '안전 인증 제도' 같은 것이 없다. 그래서 마이카누는 독일까지 보내 제품을 철저하게 검증(TUV 인증, 독일의 기술 검사 협회로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 석유 화학, 신재생에너지, 철도, 건축물 등 산업분야에서 각종 시험과 검사를 실시한다),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외 미국 급류지역 테스트에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얻었고, 부산의 한 조선연구소(정부유관기관)에서도 두 차례 테스트를 받고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에선 카누 혹은 카약을 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전에 진광석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에선 카누나 카약을 탈 수 있는 장소가 많다. 호수나 큰 저수지까지 합하면 2만7,00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제약이 많다. 일단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곳에선 탈 수 없다.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니더라도 지방의 저수지에서도 금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제약은 아웃도어 활동을 주춤하게 한다. 해양 레저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는 국내 분위기도 카누나 카약의 소비를 제한한다. 진광석 대표는 이를 두고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필수로 배우지 않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아웃도어 활동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이것을 관련 기관의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도 썩 좋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호수나 강에 배를 띄운 채 유유자적 시간을 때우는 일은 자연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다. 여기서 위안을 얻고 삶을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나을까? 제약에 따라 경험마저 축소시키는 것이 나을까?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