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조원 관세 환급, 트럼프 ‘시간끌기’에 불확실성 지속
기업들, 미 국제무역법원서 '개별 소송' 치러야
韓 관세청, DDP 수출기업 6000곳 환급 긴급 지원
1998년 7억달러 환급에도 2년, 환급절차 ‘첩첩산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관세 환급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에 강력히 반발하며 장기 소송전을 예고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실제 돈을 돌려받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확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한국산 제품에 부과됐던 10~15%의 상호관세는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CNN은 약 30만개 기업이 1340억달러(약 195조원) 규모의 관세 환급을 요구하면서 미 정부를 상대로 한 거대한 소송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교묘한 시간 끌기
통상 대법원이 특정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하면 정부는 징수한 세금을 반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생기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구체적인 환급 절차 마련에 함구하며 사실상 시간끌기에 나선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대법관들이 왜 환급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환급 소송에만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로이터에 "환급은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라며 "관세때문에 가격을 올렸던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기업들이 환급금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곧바로 '자동 환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테드 포스너 베이커보츠 무역전문 변호사는 CNN에 "대법원이 세부 사항을 다루지 않았기에 기업들은 이제부터 국제무역법원(CIT)에서 기나긴 개별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는 사법부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대법원은 환급 여부와 방법론에 대해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며 "향후 환급 과정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도 대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환급 사례가 있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8년 당시 기업들이 약 7억3000만 달러를 환급받는 데만 2년이 소요됐다. 이번 상호관세 환급은 규모가 훨씬 큰 만큼, 절차적 복잡성과 소요 기간 면에서 전례 없는 난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기존 환급금을 돌려받는 대신 앞으로 적용될 관세에서 차감하는 '환급액 상계(Offset)'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나서기엔 리스크가 크므로, 국가 간 조율된 큰 틀의 원칙 아래에서 환급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한국 관세청, 6000여개 DDP 기업 집중 지원
한편, 미국 측의 조직적인 방어 기류 속에서 한국 관세청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관세청은 21일 대미 수출기업 중 '관세지급인도조건(DDP)'을 활용한 기업들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환급은 미국 내 수입업자가 신청해야 하지만, 수출업자가 관세·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모두 부담하는 DDP 조건의 경우 우리 기업이 직접 미국 관세당국(CBP)에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관세청 분석 결과, 대미 수출기업 2만4000여개 중 약 25%인 6000여개 기업이 직접 환급 신청이 가능한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은 CBP 측과 긴밀히 공조해 실시간 가이드를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