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로바 대변인 “기존 불개입 노선과 배치” 압박
정부, 방산 실익과 외교 리스크 사이 ‘딜레마’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프로그램 참여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우선 요구 목록(PURL·Prioritized Ukraine Requirements List)'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비대칭 조치를 포함해 보복 조처할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무기 공급에 참여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지연시킬 뿐"이라며 "이는 러시아와 한국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하고, 한반도에 대한 건설적 대화 복원 가능성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PURL 참여 가능성 보도에 놀랐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탄약 지원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온 것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 당국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며 "모스크바는 이를 양국 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고 향후 대화와 협력을 복원하기 위한 필수적 기반으로 평가해왔다"고 덧붙였다.
PURL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유럽 동맹국들의 비용 부담을 전제로 신설한 우크라이나 지원 체계다.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무기 목록을 나토에 통보하면 회원국들이 자금을 모아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 회원국 중 75% 이상이 참여 중이며 아시아·태평양 파트너(AP4) 중 호주, 뉴질랜드, 일본이 이미 참여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패트리엇 미사일의 75%, 기타 방공미사일의 90%가 PURL을 통해 지원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4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약속됐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약 1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나토와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며, PURL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PURL 참여를 고민하는 배경에는 나토와의 안보 결속뿐만 아니라 '방산 협력 확대'라는 전략적 고려도 반영돼 있다. PURL 참여를 통해 나토 회원국들과 신뢰를 쌓으면 향후 캐나다 등 대규모 잠수함 및 무기 조달 사업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직접 무기를 보내는 대신 조달 자금을 제공하는 '간접지원' 형태를 검토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원 분야를 비살상 장비로 한정하는 등 러시아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