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간 750억 달러 유출...2010년 이후 최대치
빅테크 고평가 논란 속 '바이 아메리카' 공식 붕괴
한국·브라질 등 신흥시장 주식으로 자금 이동 가속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해온 "미국 주식만 사면 된다"는 불패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빅테크 수익률이 둔화하고 해외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월가 자본이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LSEG 산하 리퍼 데이터를 인용해 최근 6개월간 미국 주식형 상품에서 약 750억달러(약 108조원)의 자금이 회수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올해 들어서만 520억달러(약 75조원)가 유출됐는데 이는 연초 8주간의 유출 규모로는 2010년 이후 최대치다.
로이터는 지난 1년간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비중 축소' 움직임이 월가 투자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탈(脫)미국' 행보의 중심에는 미 증시의 절대적 기둥이었던 기술주의 위상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 증시를 견인해온 기술주의 매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 기업들의 고평가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은 독일, 영국 등 해외의 저평가 가치주와 방어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S&P 500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21.8배에 달하는 반면 유럽(15배), 일본(17배), 중국(13.5배)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로라 쿠퍼 누빈 글로벌전략가는 "월가 투자자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관점에서 해외 시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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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향하는 자금자금의 유입은 특히 신흥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올 들어 약 260억 달러가 투입됐으며 이중 한국이 28억 달러(약 4조원)로 최대 수혜국이 됐다. 브라질은 12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게리 파울러 UBS 유럽주식전략가는 로이터에 "미국 자산운용업계 내에서 해외 투자 확대를 논의 중이며 해외 시장의 달러 환산 수익률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12개월간 미국 S&P 500 지수가 14% 상승하는 동안 달러 기준으로 한국 코스피는 100%나 뛰었으며 일본 니케이는 43%, 유럽 STOXX 600은 26%의 고수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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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전문가,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월가의 전문가들도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조정을 넘어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주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최고투자책임자(CIO) 5명은 최근 "해외 주식 없는 포트폴리오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비중 확대에 뜻을 모았다.
데이비드 베일린 더 씨아이오 그룹 CEO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미국 외 주식 비중을 21%까지 높였다"며 "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각국이 '미국 외 대안'을 찾는 구조적 변화가 자본 이동을 촉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