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장 건강보험 급여세 포함 시 10년간 2212조원 확보
고소득자 추가 과세보다 GDP,고용 충격 작아…중간소득층 부담은 커져 미국 사회보장 재원을 확충할 때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매기는 것보다 현재 과세에서 빠져 있는 직장 건강보험 혜택을 과세대상에 넣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수는 더 많이 확보하면서도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미국 조세정책 연구기관 택스파운데이션이 최근 공개한 '미국 세법 개혁을 위한 선택지 3.0(Options for Reforming America's Tax Code 3.0)'에 따르면 직장 건강보험(Employer-Sponsored Health Insurance·ESI)을 사회보장 급여세 과세대상에 포함할 경우 향후 10년간 동태적 기준으로 약 1조6000억달러(약 2211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연간 40만달러(약 5억5300만원)를 넘는 근로소득에 사회보장 급여세를 다시 부과하는 방안은 10년간 8196억달러(약 1132조원)의 세수를 늘리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회보장 급여세는 근로자의 임금에 부과해 노후연금 등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세금이다. 2026년 기준 세율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6.2%씩, 합계 12.4%다.
다만 모든 임금에 세금이 붙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연간 18만4500달러(약 2억5500만원)까지만 사회보장 급여세가 부과된다. 이를 과세소득 상한(taxable maximum)이라고 한다.
한국 국민연금에도 이와 비슷하게 보험료를 계산할 때 반영하는 소득에 상한을 두는 구조가 있다. 공적연금이 소득 전체에 무제한으로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까지만 사회보험료를 매기는 방식이다.
■ 부자에게 더 걷을까, 과세대상을 넓힐까
택스파운데이션이 비교한 첫 번째 방안은 현행 사회보장 급여세 상한을 유지하면서 연간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를 넘는 근로소득에 12.4%의 사회보장 급여세를 다시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18만4500달러 초과 40만달러 이하 구간에는 세금이 붙지 않고, 40만달러를 넘으면 다시 과세된다. 중간 구간이 비어 있어 이른바 도넛 홀(donut hole) 방식으로 불린다.
택스파운데이션은 이 방안이 10년간 8196억달러(약 1132조원)의 세수를 늘리는 대신 장기 국내총생산(GDP)을 기준 전망 대비 0.7% 낮출 것으로 추산했다. 근로시간 감소분은 정규직 일자리 84만3000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분석됐다.
연구기관은 40만달러 기준이 물가에 연동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시간이 지나면 현행 과세상한과의 차이가 좁아져 약 2050년에는 도넛 홀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사실상 모든 임금과 자영업 소득에 사회보장 급여세가 적용되는 구조가 된다.
두 번째 방안은 세율을 더 올리는 대신 지금까지 과세에서 제외된 근로 보상까지 세금 부과 범위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회사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직장 건강보험에 대한 사용자 부담분이 현재 급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택스파운데이션은 이 같은 비과세가 현금 임금보다 건강보험 형태의 보상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직원이 연봉 8만달러(약 1억1050만원)를 받고 회사가 별도로 2만달러(약 2800만원) 상당의 건강보험을 제공한다면, 현재는 건강보험 가치가 사회보장 급여세 과세기반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도 변경안은 회사가 제공한 건강보험 혜택까지 근로 보상의 하나로 보고 급여세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 세수는 더 많이…경제 충격은 더 작아
택스파운데이션 분석에서는 직장 건강보험을 급여세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고소득자 추가 과세보다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건강보험 과세안은 10년간 약 1조6000억달러(약 2211조원)의 세수를 늘리는 반면 장기 GDP는 기준 전망 대비 0.2%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근로시간 감소분은 정규직 일자리 28만3000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분석됐다.
고소득자 추가 과세안과 비교하면 세수는 거의 두 배지만 GDP와 고용에 미치는 충격은 더 작다.
택스파운데이션은 직장 건강보험에 대한 비과세를 없애면 일부 근로자가 사회보장 급여세 과세상한을 넘게 되면서 추가로 벌어들이는 소득에는 급여세가 붙지 않을 수 있어 노동의 한계세율을 크게 높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율 자체를 올리기보다 세금이 부과되는 범위인 '과세기반'을 넓히는 접근이다. 택스파운데이션은 급여세 상한을 없애거나 고소득자에게 급여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뿐 아니라 현재 과세에서 제외된 건강보험과 다른 복리후생을 과세기반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효율성 높지만…중간소득층 부담은 커져
건강보험 과세안이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측면에서는 고소득자 추가 과세안과 차이가 크다.
택스파운데이션의 소득계층별 분석에 따르면 직장 건강보험을 급여세 과세대상에 포함할 경우 부담은 최하위 소득층보다 중간소득층과 그보다 높은 중상위 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직장 건강보험 혜택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메디케이드(Medicaid) 등 다른 보험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최고소득층은 이미 사회보장 급여세의 과세상한을 넘는 경우가 많아 추가 부담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연간 40만달러 초과 소득에 급여세를 다시 부과하는 방안은 고소득층의 세후소득을 더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스파운데이션은 건강보험 외에도 생명보험이나 통근 지원 등 다른 복리후생을 급여세 과세대상에 포함하면 10년간 2353억달러(약 325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연구기관은 사회보장 재원을 확충할 때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 과세나 급여세 상한 폐지에만 의존하기보다 현재 과세에서 제외된 보상을 포함해 과세기반을 넓히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미국 정부가 확정한 정책이 아니라 택스파운데이션이 제시한 세제개편 시뮬레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