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발행액 올해 2000억 달러 돌파
알파벳·아마존·오라클 10년물 가산금리 상승…회사채 수급 부담↑
5대 빅테크 중 마이크로소프트만 최근 1년 회사채 조달 없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넘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급증한 AI 인프라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기업의 조달금리는 물론 미 국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장기 차입 여건을 보여주는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번 주 장중 5.34%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 재무부가 19일 국채 매입(바이백)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장기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현금만으로 버티던 빅테크, 회사채 시장으로 이동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빅테크의 자금조달 방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이른바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그동안 막대한 영업현금흐름을 활용해 설비투자(CAPEX)를 충당해 왔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조달에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연평균 회사채 발행액은 2020~2024년 300억 달러(약 41조원)에 못 미쳤지만 2025년에는 1000억달러(약 138조원)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2000억달러(약 276조원)를 웃돌았다.
NYT가 집계한 자료에서도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등 4개 기업은 올해 7월 초까지 약 194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발행액인 약 1080억달러보다 80% 가까이 많은 규모다.
5개 기업 가운데 최근 1년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곳은 마이크로소프트뿐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5대 하이퍼스케일러를 넘어선 전체 AI 관련 기업의 부채 발행 규모가 2027~2030년 매년 1조달러(약 1381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 회사채 공급 늘자 빅테크 조달금리도 상승문제는 회사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자금 조달 비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늘어난 채권 물량을 받아내는 대가로 더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파벳이 지난 4월 발행한 10년물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10년물 국채보다 0.63%포인트 높았지만 이달 발행한 같은 만기 채권에서는 0.85%포인트로 확대됐다.
아마존의 10년물 가산금리 역시 지난해 11월 0.55%포인트에서 올해 7월 0.80%포인트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오라클은 지난해 9월 1.05%포인트였던 가산금리가 올해 2월 1.45%포인트까지 높아졌다.
다만 이를 빅테크의 재무건전성 악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루미스세일즈의 맷 이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들 기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은 없다"며 "기업들의 조달비용 상승은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쏟아내는 막대한 채권 물량을 투자자들이 소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성장 엔진' AI, 금리 부담으로…"공짜 투자는 끝났다"AI 투자의 역설은 결국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빅테크는 막대한 현금을 활용해 AI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차입 부담 없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이 본격화되자 투자 자체에 이자 비용이라는 새로운 비용이 붙기 시작했다.
맷 킹 사토리인사이트 창립자는 "5대 하이퍼스케일러가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면서 미국 경제가 상당한 부양 효과를 누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차입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추가적인 설비투자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의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