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흑해 주요 항만 잇단 폐쇄…곡물 수출 최대 8600만t 차질
우크라 이달 출하량 75% 급감, 러시아 수출도 220만t으로 반토막
다뉴브강 수위까지 낮아져…대체 수송로 확보에도 한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일대의 항만과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글로벌 곡물 시장의 핵심 수송로가 사실상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주요 흑해 항만의 해상 운항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의 주요 곡물 터미널 3곳도 가동을 멈췄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는 5위권의 주요 수출국이다. 두 나라가 세계 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아조우해와 흑해를 통한 양국의 곡물 수출 차질로 올해 세계 곡물 수출 물량 가운데 최대 8600만t(약 17%)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철도와 다뉴브강 등 대체 수송로를 확보하더라도 대체 가능한 물량은 170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수급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양국의 겨울밀 수확이 진행되고 8월 신규 수확물 수출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해 타격이 더 크다. 우크라이나의 이달 곡물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5% 급감했으며 러시아 역시 이달 곡물 수출량이 약 22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460만t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다뉴브강의 폭염·가뭄에 따른 수위 저하와 러시아의 대체 육상 수송로 공격까지 겹치면서 대체 수송을 통한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흑해발 수송 차질에 글로벌 식량시장 '퍼펙트 스톰'흑해 일대의 긴장은 해운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곡물 수출시설뿐 아니라 선박과 유조선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해운사들이 보험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일부 선박은 해당 항만 운항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글로벌 식량시장을 둘러싼 불안 요인은 흑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폭염과 이상기후로 농작물과 가축 사육 여건이 나빠지고 있으며 이란 분쟁 이후 비료 공급난까지 겹쳐 농가의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전 세계 식품 가격이 11.8% 상승하고 2027년에도 4.8%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농업 분석가 노엘 프라이어는 CNBC에 "흑해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이란 분쟁 이후 시작된 비료 난도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수많은 서로 다른 악재들이 얽혀 있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폭풍(퍼펙트 스톰)"이라고 진단했다.
농산물 리서치업체 소브에콘의 안드레이 시조프 대표 역시 "이번 사태가 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이란 전쟁 당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원유 시장에 가져온 영향보다 더 심각하다"며 "시장이 공급 차질의 장기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어 밀 선물 가격의 3년래 최고치는 조만간 다시 경신될 것"으로 내다봤다.